-2020 오토모티브월드에서 전동화, 자율화 주력
일본이 이른바 에너지형 모빌리티 사회 구축을 선언했다. "에너지형"이란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전기 에너지를 새로운 동력으로 삼되 전력 생산 과정의 비효율성은 없애는 쪽으로 모빌리티 세상을 구축한다는 뜻이다.
지난 17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막을 내린 2020 오토모티브월드에서 일본 내 주요 완성차 제조사는 키노트 발표를 통해 미래 사회의 이동성을 정의하면서 제조사가 보유한 강점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혼다와 닛산 등은 앞서 다임러 등이 미래전략 키워드로 내세운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 개념에 "에너지(Energy)"와 "경험(Experience)" 등을 추가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이 구축되지 않으면 미래 이동성은 담보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일본 산업계가 내놓은 대안은 교체형 배터리다. 제조사별 배터리 교체는 어렵더라도 개별 자동차회사는 배터리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혼다는 신재생에너지로 충전 가능한 모바일 파워팩을 앞세워 소비자의 충전 대기 시간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혼다가 개발 및 제조하는 모든 이동 수단에 규격화 된 배터리를 탑재하고, 이용자는 필요에 따라 충전소에서 손쉽게 바꾸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일본이 추구하는 에너지형 모빌리티 사회의 핵심은 배터리 충전 방식이다. 태양이나 풍력 등으로 만든 전력을 이동식 배터리에 직접 충전, 누구든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충전 정보는 ICT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혼다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전동 스쿠터의 배터리 교환 방식 실증 사업을 펼치는 만큼 미래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물론 미래 모빌리티 사회로 전환되는데 있어 핵심 역할은 여전히 완성차기업이다.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전제 조건이 바로 이동 수단 제조에 있기 때문이다. 이동 거리와 성격에 맞는 개별 이동 수단을 만들 때 제조 능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완성차의 줄어드는 일자리 또한 새로운 이동 수단 제조로 대체할 수 있어서다. 쿠니오 나카구로 닛산 부사장은 "2023년 정도면 승차공유가 매우 쉬워지고 전동 이동 수단도 무척 다양해질 것"이라며 "배터리 기반의 전동화가 활성화될수록 제조사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이 산업적으로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하는 부분은 엄청나게 늘어날 자동차용 배터리의 재사용 또는 재활용이다. 이동형 배터리의 표준화를 추진하는 것도 결국 배터리 사용처의 장벽을 허물어 배터리 사용 연한을 최대한 늘리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배터리를 가정, 건물, 상점 등이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면 전력이 필요한 모든 곳의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어차피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면 자동차 뿐 아니라 발전 부문까지 연료 사용을 낮춰야 궁극의 친환경 모빌리티 에너지 사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는 셈이다.
이외 모빌리티 전동화와 별개로 일본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차를 미래 주력 산업으로 삼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20 오토모티브월드에서도 커넥티드와 자율주행 관련, 일본 내 수 많은 기업이 만만치 않은 실력을 드러냈다. 하드웨어를 통해 외부 상황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알고리즘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며, 다시 하드웨어에 명령을 보내 움직임을 수행토록 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간의 전시 경쟁이 치열했던 배경이다. 여기에는 "연결"에 유리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T 기업도 빠른 속도를 내고 있어 글로벌의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이처럼 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새로운 사회 구축을 위한 행보는 이미 에너지 부문에서 시작됐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 미국, 독일, 영국, 중국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은 걸림돌이다. 따라서 일본 또한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소재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에 대해 혼다의 요시하루 이타이 충전사업부문 총괄은 "소재 개발 뿐 배터리 활용 방법을 바꾸는 것으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규격화 된 모바일팩을 만든 것도 이용 단계에서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갈등은 있어도 일본의 모빌리티 산업 행보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배터리 교체 방식의 경우 국내에선 아직 인식 부족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승차 공유 대상으로 자리 잡은 택시부터 배터리 충전 및 공유를 하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배경이다. 이 경우 한국 또한 배터리 사용 측면에서 비용을 낮출 수 있어서다. 전력을 담은 배터리는 소유보다 공유에 훨씬 어울리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