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흔들리는 영국차, 견고한 독일차

입력 2020년02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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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차, 국내 수입차 판매 4위로 밀려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 24만4,780대를 국가별 브랜드로 구분하면 독일차가 60%인 14만6,968대로 압도적이다(한국수입차협회 2019 통계 기준). 다음이 일본(3만6,661대)과 미국(2만3,972대), 영국(2만972대) 순이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국가는 영국이다. 국가별 수입차 순위에서 영국은 언제나 독일, 일본에 이은 3위였지만 지난해 그 자리를 미국에 내주며 4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배경은 재규어랜드로버의 판매 부진이다. 2019년 재규어 국내 판매는 2,484대로 전년 대비 32.9% 하락했고, 랜드로버는 7,713대에 그쳐 같은 기간 무려 34.5% 떨어졌다. 물론 벤틀리도 129대에 머물러 40% 줄었지만 절대적인 숫자 측면에선 재규어랜드로버 부진의 여파가 대부분이다. 반면 같은 기간 벤츠는 무려 7만8,133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BMW와 폭스바겐, 포르쉐, 아우디 등이 모두 전년 대비 늘지 않았어도 벤츠의 성장이 워낙 거세 독일차의 지배력은 유지된 셈이다. 한때 강남 쏘나타로 불렸던 렉서스 자리를  E클래스가 차지했다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포르쉐는 지난해 전년 대비 줄었지만 이는 희소성 가치를 위한 본사의 공급 물량 제한이 이유였던 만큼 판매 감소를 곧이곧대로 해석하기도 곤란하다.

 차종별로 들어가면 랜드로버 가운데 전년 대비 많이 줄어든 제품은 레인지로버 이보크 및 디스커버리 등이다. 이보크는 2018년 1,623대에서 지난해는 555대에 그쳐 무려 65.8%(1,056대) 하락했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1,156대 줄어든 1,445대, 그리고 디스커버리 스포트 TD4는 무려 1,114대나 감소한 2,900대에 그쳤다. 이외 전반적으로 모든 제품에서 판매 하락이 나타나 랜드로버 열풍이 끝난 것 아니냐는 해석을 가져오는 중이다. 재규어 또한 주력인 XE와 XF가 부진, 전년 대비 32.9%가 줄어 순위 하락의 이유가 됐다.

 이처럼 영국차의 부진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수입차 업계에선 독일 제품의 다양화를 꼽는다. 한때 랜드로버는 프리미엄 SUV의 대명사였지만 현재는 포르쉐 카이엔, 벤츠 GLE, BMW X5, 아우디 Q7, 폭스바겐 투아렉 등 어깨를 견주는 제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재규어 또한 주력인 XE와 XF 등이 쟁쟁한 독일 제품과 비교할 때 상품성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19, 2020년형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디스커버리 스포츠 제품은 파워트레인 개선과 페이스리프트로 독일차의 선택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재규어는 여전히 관심에서 멀어져 있으니 판매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재규어랜드로버 위기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는 재고가 너무 넘쳐 본사가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고, 2018년에는 36억 파운드(한화 약 5조5,900억원)의 적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자 대주주인 인도 타타자동차에 재규어랜드로버 매각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타타는 결국 "매각 없음"을 강력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나아가 영국은 최근 유럽연합(EU)에서 정식 탈퇴했다. 한국과는 FTA가 맺어져 별 영향이 없겠지만 영국 내 완성차 공장으로 조달되는 여러 나라의 자동차 부품 도입 비용이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높아진 생산 비용은 한국으로 수출하는 완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국내에서 독일차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가격만 높아진다면 판매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4위로 밀려난 순위를 다시 뒤바꾸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독일차 약진으로 판매가 흔들리는 마당에 브렉시트로 한번 더 주목받는 영국차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우여곡절 끝에 회생한 영국차의 행보에 시선이 오래 머무는 이유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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