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를 기꺼이 사겠는가

입력 2020년02월04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공유는 기능, 소유는 사회적 관계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가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가 제시한 소비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제품의 본질적인 기능이 필요할 때이고, 둘째는 기능 뿐 아니라 정서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세 번째는 기능과 정서를 포함해 제품이 지닌 또 다른 가치를 소유하려는 목적이 발현됐을 때다. 

 보드리야르의 소비 목적을 자동차에 비유하면 첫째는 "이동"이라는 본질적 기능이 필요할 때 구매하고, 나아가 기본 이동 외에 이동 과정을 보다 편하게 만들어주는 자동차를 원하고, 마지막으로 ‘이동+편의성’에 ‘브랜드’라는 무형의 가치까지 소비 대상이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은 "욕구"라는 항목의 성격이다.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까지 고려되는 상대성이 중요하다. 단순한 이동이 필요해 자동차를 구매한다면 저렴하고 경제적인 이동 수단을 사면 되지만 소득이 늘어날수록 제품의 편의품목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브랜드로 관심 비중이 옮아가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고려한 ‘사회성’을 담고 있다는 뜻이다. 쉽게 보면 경차를 보유하다 편의품목 많은 중대형 차로 바꾸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산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흐름은 오랜 기간 지속돼 왔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자동차로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려는 욕구가 좀처럼 줄지 않아서다. 따라서 유기적인 관계로 얽힌 현대 사회에서 프리미엄 자동차는 언제나 소유 욕구를 자극하는 대상이다. 실제 국내 또한 소득이 증가할수록 경차와 소형차 판매는 감소하는 반면 중대형 및 프리미엄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는 점은 보드리야르의 소비 이론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보드리야르 소비 이론이 달라질 수 있는 변화 요인이 생겨났다.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이동의 복잡함이다. 도로가 정체될수록 이동 과정이 불편해져 자동차가 필요할까를 되묻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보드리야르의 소비 이론이 자동차를 하나의 소유 물질로 규정할 때 도로의 복잡성은 소유욕을 낮추는 사회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공유경제 예찬론자들은 도로가 밀릴수록 자동차의 1차적이자 본질적 기능에서 이동의 불편함이 형성되고, 나아가 편의품목 구비에 따른 이동의 편리함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욕구마저 낮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반대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동"이라는 본질은 굳이 자가용을 보유하지 않아도 대중교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능적 관점이지만 사회적인 관계에서 다른 사람보다 좋은 차를 사려는 본능적 욕구는 기능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쉽게 보면 인간의 소유 본능이 결부된다는 점에서 자동차에 특정된 공유경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소유 대상의 자동차가 주는 장점은 무엇일까? 크게 보면 개인의 사적인 공간, 그리고 필요할 때 바로 사용 가능한 즉시성 및 남들과 다르게 보이는 과시성 등이다. 물론 이런 편익을 얻으려면 그만큼 불필요한 지출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사용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잔존가치가 떨어지는 탓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공유경제로 돌아서려면, 다시 말해 렌탈 등이 자가용 소유를 줄이려면 보드리야르가 말한 소비 목적 가운데 사회적 관계에서 형성되는 "남들과 다른 좋은 차"를 원하는 욕구도 줄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동 수단을 바라보는 관점이 누구나 소유보다 "이용"에 무게중심을 두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손쉽게 보여줄 수 있는 제품으로 자동차를 능가하는 대상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자동차회사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및 승차공유가 미래에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특히 4차 산업과 자동차 공유 등을 결부시키며 미래의 새로운 산업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자동차에서 이동이라는 기능적 측면만 부각된 "공유" 개념이 사회적 관계로 만들어지는 소유욕을 억제할 수 있을까? 나아가 대중교통 확대로 이동에 불편함이 없으면 자동차를 사지 않을까? 섣부른 예측은 어렵지만 오랜 시간 빌리는 것(장기렌탈) 또한 엄밀하게는 일정 기간 "독점적 소유"라는 점을 떠올리면 소유욕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이동하는 본질 외에 이동 수단에 담겨진 편익과 가치는 언제나 소유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