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택시 vs 렌탈' 갈등은 원점으로

입력 2020년02월1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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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 대중교통 체계 "이제는 판단해야"

 법원이 렌터카로 유사 택시 영업을 하는 "타다"에 "합법"이라는 명분을 안겼다. 한 마디로 11인승 카니발 렌터카를 짧게 빌리는 사람에게 법이 정한 운전자를 알선, 돈 받고 태워주는 것은 택시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판단의 근거로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법리적으로 타다 렌터카는 그냥 초단기렌터카일 뿐이라고 여겼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택시 vs 렌터카"의 유상 운송 영업에 관한 판단의 공은 다시 국토부로 넘어왔다. 그 이유는 "11인승 렌터카의 초단기렌탈 유상 운송 영업이 유사 택시 행위인가?"라는 부분까지 합법과 불법을 따져보자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선 법리적 판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오로지 앱 기반의 11인승 렌터카의 초단기렌탈 유상 영업의 불법성 여부만 판단했고, 이 점에선 "합법"이라고 결론 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향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일단 법원의 판단에 따라 "택시 vs 타다"의 갈등은 재현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작 판단해 달라는 유사 택시 영업 행위의 적법성에 대해선 법원 스스로도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택시 업계의 강력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동시에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택시-타다" 상생 법안의 본 회의 통과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토부도 법에 따라 행정이 집행되는 만큼 판단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회가 총선 정국에 들어가면서 개별 법안 사안의 통과 여부에 관한 동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11인승 렌터카 서비스를 찬성하는 국민도 적지 않아 당장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그 사이 "택시 vs 타다"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기 마련이어서 국토부는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할 수도 있다. 11인승에 기사를 알선하되 "6인 이상 탑승"이라는 문구를 시행령에 추가하면 된다. 이 경우 타다는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접어야 한다. "타다" 측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토부 또한 시행령 개정안을 쉽게 꺼내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혁신 산업을 막았다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이미 국회에 타다 등의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상생 법안이 제출돼 있어 일단은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물론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택시 vs 타다" 갈등은 단순함을 넘어 물리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 택시 업계로선 죽고 사느냐의 생존권과 직결돼 있어서다. 

 따라서 업계에선 박홍근 의원의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 통과하지 못하면 양날의 검을 손에 쥔 국토부가 입법을 다시 추진하되 그에 앞서 시행령 개정안에 먼저 손댈 가능성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국토부로선 택시 면허제를 허물 경우 버스와 화물 등도 면허제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지고 이 경우 국가 대중교통 체계에 미치는 여파가 상상을 초월해 대혼란이 뒤따를 수 있어서다. 게다가 택시 면허제의 붕괴는 단순히 타다와 갈등이 아니라 자가용의 유상 운송 영업을 허용하는 카풀을 막을 이유도 사라진다. 

 이때 국가적으로 감당해야 할 손해는 결코 적지 않다. 수많은 자가용의 운행이 늘어 도로는 더욱 복잡해지고 배출가스는 많아지며, 버스와 지하철 이용 승객은 줄어 적자 보전액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기 마련이다. 인구 감소 과정에서 교통 수요는 결코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국가 또한 우버와 같은 카풀 서비스는 대중교통의 보완제로 허용하고 있다. 택시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또는 요금이 터무니 없이 비싼 국가일수록 승차공유 서비스가 활성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이 점은 국토부도 이미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국토부의 판단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현재 계류된 법안의 통과에 힘을 쓰거나 아니면 시행령 개정이다. 다만 시행령 개정 등은 시기를 감안할 가능성이 높고, 그때가 언제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결국 타다는 이번 판결로 사업 지속의 시간을 벌어들인 셈이고, 판단의 공은 국토부로 넘어갔다. 그리고 택시는 더욱 반발할 모양새다. 각각의 입장에선 서로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겠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선 국내 모빌리티의 생태계가 오히려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는 의미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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