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판매 위축에 개소세율 인하 다시 나와
지난해 12월31일까지 새 차에 적용된 자동차 개별소비세율은 3.5%였다. 그리고 올해 1월1일부터 원래 세율인 5%로 환원됐다. 세율을 정상적으로 높이는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3.5%를 유지한 기간이 1년6개월로 충분했던 점, 오래 지속된 탓에 개별소비세율 인하 효과가 높지 않은 점, 그리고 세수는 2,000억원 넘게 줄어든 점을 환원 이유로 꼽았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올해 1월1일부터 출고된 새 차에는 공장도가격의 5%에 해당되는 금액이 개별소비세로 적용됐고, 연동된 개별소비세교육세와 부가세도 덩달아 오르며 차 가격이 1~2% 가량 인상됐다. 그러자 지난 1월 국산차의 내수 판매는 9만9,602대로 2019년 1월 대비 15.2% 하락했다. 물론 하락 이유가 온전히 개소세 환원 탓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설 연휴 등과 함께 개소세 환원도 분명 영향을 미친 요소로 판단했다.
그리고 2월이 되자 완성차업계는 부진한 판매를 만회하기 위해 일부 차종의 할인폭을 늘리고 인기 차종의 출고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중국발 코로나19가 발생하며 부품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둘러 출고하려던 제조사의 발목이 잡힌 셈이다. 물론 이때까지 개소세 재인하 얘기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이미 18개월 동안 유지됐던 개소세 인하가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이 국내에서 확산되자 상황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23일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경기 위축이 심각하다고 판단, 자동차 개별소비세율을 5%에서 다시 3.5%로 내리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계약자는 출고를 미루고 이미 새 차를 받은 사람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중이다. 이에 대해 완성차업계와 정부는 형평성 차원에서 이미 거둔 세금의 일부를 다시 돌려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떠오른 쟁점은 개별소비세율의 영구 인하다. 18개월 동안 인하를 유지했고 다시 2개월 만에 내려가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3.5%를 고정하자는 목소리다. 세율 인하가 오래 지속되며 효과 또한 크지 않다는 점이 입증됐으니 굳이 올릴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다. 실제 지난해 말 개별소비세율 인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고 정부는 효과가 없으니 다시 올려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고, 시장과 기업은 어차피 효과 없었으니 인하된 세율을 영구적으로 적용하는 게 낫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비록 코로나19로 재인하 방침이 검토되지만 개별소비세율 탄력 조정은 그간 정부와 완성차업계가 늘 갈등을 빚었던 세목 가운데 하나였다.
그럼에도 정부가 개별소비세율 탄력 조정 권한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지금처럼 내수 경기가 위축됐을 때 유용하게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설령 효과가 떨어져도 세율을 내리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시장 활성화 의지가 강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어서다. 실제 2개월 만에 다시 내려가는 개별소비세율로 완성차 내수 판매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세율 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적 결정에 지지를 보내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효과 여부를 떠나 정책 지원의 상징적 의미가 오히려 더 크다는 뜻이다.
이미 정부 내에서 개별소비세율 인하 얘기가 언급된 만큼 관심은 적용 시점에 몰려 있다. 자동차 업계는 당장 3월부터 인하를 예상하면서 1~2월 구매자 대상의 추가 혜택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세율이 다시 인하된다면 올해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개별소비세율 인하 기간은 역대 최장인 30개월이 된다. 영구 인하 얘기가 자꾸 나오는 배경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