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쌍용차, 위탁 생산을 할 수 있다면

입력 2020년04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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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힌드라, 포드 중형 SUV 가능성 열어

 쌍용자동차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 신호가 켜졌다. 미래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던 대주주가 코로나19로 결국 투자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완성차회사가 존속되려면 무엇보다 신차 개발이 뒤따라야 하는데 돈이 없으면 새로운 제품의 등장 시기가 늦어지고, 그 사이 기존 제품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 판매가 감소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쌍용차가 대주주의 추가 투자를 요청한 것도 결국 신차 개발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추가 투자를 멈추면서 미래를 위한 다양한 방법 찾기에 나섰다. 

 쌍용차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고강도 쇄신책을 내놨다. 부산물류센터 등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대주주가 제안한 400억원 지원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상황은 어렵지만 티볼리, 코란도, G4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의 4가지 제품으로 현재를 유지하되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미래를 대비한다는 각오다.

 물론 상황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19로 해외 시장이 위축되며 현대기아를 비롯한 국내 경쟁사들의 내수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이는 곧 내수 의존도가 절대적인 쌍용차의 고전을 의미한다. 실제 올해 1~3월 쌍용차의 누적 내수판매는 1만7,51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36% 감소했다. 그나마 수출(CKD 제외)이 6,622대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지만 생산 규모를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내수를 지키자니 현대기아차의 공략이 거세고 수출로 시선을 돌리니 글로벌 시장이 암울하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 가능한 카드는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내부 비용 절감이다. 이미 노사합의를 통해 근로자들의 복지를 줄였고 임원 급여도 일부 반납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맸다. 동시에 검토되는 것이 다른 완성차 기업의 위탁 생산 방안이다. "쌍용차" 브랜드가 아닌 다른 기업의 차종도 필요하면 개발 및 생산을 해주는 일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 공략이 필요한 포드 등은 주목 대상이다. 실제 마힌드라는 포드와 함께 개발한 중형 SUV 플랫폼의 쌍용차 활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이 닛산 로그를 생산한 것처럼 해당 플랫폼 기반의 신차를 쌍용차가 생산해 포드에 납품하는 방식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과거와 달리 자동차사업에서 글로벌 트렌드는 "개발-생산-판매"의 분리다. 최근 중국 내 일부 자동차회사의 경우 개발은 유럽에서 하되 생산만 중국에서 한다. 그리고 중국 이외 지역 판매는 글로벌 유통 대기업 등을 활용한다. 서로 잘하는 부분에 집중해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이다. 현재 쌍용차 사업 구조에서 개발 및 생산 능력은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판매망이 약해 수출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따라서 "위탁 생산"은 굳이 판매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쌍용차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론 생산을 맡기는 곳을 찾는 일은 무척 어렵다. 게다가 누군가 생산을 위탁한다면 당연히 최저 비용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공장 가동을 위한 대안 가능성은 전혀 없지 않다.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박재용 교수는 "공급이 과잉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관건은 생산을 어디서 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다"며 "제품이 만들어져야 산업 생태계도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티볼리 판매가 많았음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티볼리의 역할이 공장 가동에 맞추어졌기 때문"이라며 "공장 가동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인 만큼 위탁 생산 또한 검토할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고 전했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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