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반영한 차체 디자인, 일차원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아 -역동적 우아함, 여백의 미 등으로 한국식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 드러내 제네시스 G80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와 언론의 관심이 무척이나 뜨겁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진행된 온라인 월드 프리미어 데뷔와 함께 첫날 무려 2만2,000대의 계약이 성사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압도적인 찬사를 받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소비자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 바로 디자인이 원천이 아닐까 한다.
제네시스는 "인간 중심의 진보(Human-Centered Luxury)"라는 개발 철학을 목표로 국내 유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하며 세상에 나왔다. 대표 차종인 G80은 2008년 1세대, 2013년 2세대를 거쳐 3세대로 새롭게 등장했다. 사실 이번에 출시된 G80이야 말로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의 프리미엄화를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완전변경 차종이기도 하다.
신형 G80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정체성인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을 완벽하게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이런 호평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디자인 전문가로서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디자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물건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요즘이다
"브랜드는 디자인에서 시작되고, 디자인은 곧 브랜드이다" 제네시스 디자인 총괄 이상엽 전무가 월드 프리미어 영상을 통해 자신 있게 한 말이다. 사실 이제까지 브랜드가 신차를 선보일 때 항상 내세웠던 "새롭고,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하고, 고급스러운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디자인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주장이 항상 설득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G80은 예전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형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안전, 기술, 주행성능 그리고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중심으로 대담하고 진보적이면서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을 구현함으로써 브랜드의 정체성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디자인 면면을 보면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외장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그 차가 가지고 있는 자세 즉, 프로파일이다. 후륜구동 방식의 자동차가 가지는 프로파일의 특징인 길게 뻗은 후드, 짧은 데크의 사이드 실루엣과 함께 짧은 프런트 오버행을 중심으로 대시 투 엑셀의 비례를 극대화하는 것, 이는 고급 대형 차의 상징과도 같은 디자인의 방식이다.
G80의 사이드 프로파일을 보면 군더더기 없는 세련되고 역동적인 프로파일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급 대형 세단이면서도 데크가 거의 없는 듯이 뻗어 나온 쿠페같은 모습의 사이드 프로파일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강조하는 "역동적인 우아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런 역동적인 우아함은 사이드 캐릭터 라인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제네시스 브랜드가 강조하는 파라볼릭 라인이 그 정점에 있고 이를 애슬래틱 파워라인이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파라볼릭 라인은 헤드램프의 시작점에서부터 테일램프의 가장자리로 3차원의 포물선을 그리면서 시원하게 뻗어 있다. 이를 앞, 뒤 펜더의 애슬래틱 파워라인이 보조를 맞추면서 휠 아치의 불륨을 자연스레 만들어냄으로써 입체적이면서 안정감있는 혁신을 완성한다. 이런 3차원적인 포물선 라인이 G80 디자인의 자신감을 대변하는 상징처럼 여겨진다. 어떤 위치에서 이 포물선 라인을 보더라도 거슬림이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 라인은 G80의 자신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구현하기 쉽지 디자인 요소이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서 심혈을 기울였을 디자이너와 모델러의 진심 어린 열정이 느껴진다. 역동적인 변화와 함께 사이드 하단에서 역 포물선을 그리며 뒤로 뻗어있는 크롬 가니시는 균형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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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까지 휠 아치를 가로지르는 두 줄의 시그니처 라인은 제네시스 로고의 날개를 상징하며 쿼드 램프로 구현되는 라이팅 시그니처는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 사실 2018년 뉴욕 오토쇼에서 선보인 에센시아 콘셉트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GV 80이 양산됐을 때 "이게 과연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번 G80을 통해서 그런 생각이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역동적인 비례의 차체와 우아한 파라볼릭 라인 그리고 그런 요소를 하나로 이어주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힘의 균형이 느껴진다. 제네시스 로고를 차체 디자인에 반영한다는 것이 자칫 일차원적일 수 있지만 제네시스 디자인팀은 그런 선입견을 보기 좋게 디자인 완성도로 뛰어 넘었다.
낮고 널찍한 크레스트 그릴을 중심으로 날개처럼 좌우로 뻗어나가 차체 전체를 감싸는 두 개의 라인을 중심으로 한 전면부의 수평과 수직이 대비되는 대담한 레이아웃은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고급감의 방향을 드러낸다. 사람의 시선을 압도하고 힘과 균형 즉, 역동성과 우아함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보여 준다. 크레스트 그릴은 좌우로 넓고 무게 중심을 아래로 향하게 해 공격적인 자신감을 선보인다. 긴장감있는 볼륨의 G 매트릭스 패턴은 고급스러운 입체감을 더해 보석 같은 LED 쿼드 램프와 두 개의 얇은 주간 주행등으로 날개를 펼치며 그 정점을 찍는다.
후면부의 쿼드 램프와 함께 말굽 형태로 부드럽게 음각 처리한 트렁크 표면은 제네시스만의 독창적인 인상을 표현한다. 트렁크 상단에 길게 뻗은 크롬가니시 가운데 위치한 전동 버튼과 배기구의 디자인에는 로고의 형상을 적용함으로써 제네시스 디자인의 정체성을 세심하게 강조했다.
이렇듯 과감하지만 과하지 않는 정제된 디자인의 스토리는 실내로까지 이어진다. "여백의 미"를 키워드로 하는 실내 디자인은 편암함과 세련됨을 강조했다. 실제로 운전석에 앉는 순간 기분 좋은 감동이 밀려 온다. 운전자의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슬림하면서도 널찍한 크러시 패드를 디자인했고 히든 타입의 벤트 그릴을 넣었다. 크러시 패드로부터 양옆의 도어트림으로 이어지는 간결한 라인의 흐름 역시 그런 편안함과 공간감을 한층 더하는 요소이다. 보석같이 세공된 다이얼식 노브와 디테일이 고급감을 자랑하며 14.5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직관적인 사용을 위해 간결하게 디자인된 통합컨트롤러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이는 개인 공간과 첨단 기술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G80의 실내 디자인은 새로운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려는 새로운 고급스러움에 대한 해석이며 제네시스만의 차별점인 것이다.
디자인은 예로부터 강력한 마케팅의 도구이며 이번 더 올 뉴 제네시스 G80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브랜드 가치는 매우 중요한 구매 요소임에 틀림없다. G80 디자인은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으로 한국 영화산업의 위상을 드높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도 같다. 기생충이 감독과 각본, 주연과 조연 그리고 이름 모를 스텝들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세계인이 열광하는 명품으로 탄생했듯이 이번 제네시스 G80 역시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져 한국식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자동차는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개봉을 앞둔 G80의 관람, 즉 사용 후기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송인호 국민대학교 자동차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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