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고급택시로 사용 가능한 차종의 기준은 크기와 덩치를 떠나 배기량 2,800㏄ 이상이면 된다. 그런데 "친환경"이라는 단서를 붙이면 사용 가능한 차종은 렉서스 ES300h가 유일하다. 국토교통부 고시인 <택시운송사업에 사용될 수 있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기준>에서 고급 택시로 사용 가능한 친환경 차종으로 유일하게 렉서스 ES300h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준을 정할 때는 배기량, 효율 등이 제시되지만 차명을 그대로 규정에 못박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배경이 궁금하다. 

 현재 <택시운송사업에 사용될 수 있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기준> 2조는 전기자동차와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의 택시운송사업 활용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용 가능한 중형 택시 기준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별표1에 따른 중형 승용차의 세부기준에 따른다"고 돼 있다. 그런데 고급형 택시운송사업의 경우 특정 차명인 "LEXUS ES300h(2,493㏄)"로 명시해 차종을 한정했다. 합법적인 친환경 고급 택시는 렉서스 ES300h만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국토부에 문의했다. 돌아온 답은 2016년 해당 고시가 제정될 당시 택시업계 의견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는 친환경 고급 차종으로 렉서스 ES300h와 벤츠 E350을 업계가 신청했고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 하지만 현재는 당시보다 친환경 고급차가 많이 늘어 기준이 올해 말에 바뀔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고급 택시는 기존 일반 택시나 모범 택시와 달리 배기량 2,800㏄ 이상의 자동차로 운영되는 택시로 2015년 새롭게 등장했다. 당시 택시 사업자들은 국산 대형 세단 뿐 아니라 수입차의 고급 택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수입 세단의 경우 가솔린을 LPG로 개조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만큼 사실상 배기량 2,800㏄ 기준 충족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대안으로 내세워 배기량은 낮아도 친환경차로 고급 택시 운행을 가능케 하는 기준이 제정됐다. 초기 해당 고시에서는 고급 택시로 운행 가능한 차종을 "렉서스 ES300h와 벤츠 E350"으로 규정했다. 

 이후 전기 택시 보급이 활발해지며 해당 고시에 "중형 택시" 기준이 신설됐다. 당시 개정안을 담당했던 국토부 한 관계자는 "고시가 개정될 때는 전기 택시를 준비하는 상황이어서 요금 체계 개선을 위해 중형 택시 기준을 새로 도입했다"며 "친환경 고급 택시의 경우는 200대 내외에 불과했고 심지어 벤츠 E350의 경우 수요가 없어 개정안에서 아예 제외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급 택시라는 규제 자체가 배기량이나 차 크기로 구분되는 경형·소형·중형·대형 택시의 틀을 벗어난 범주여서 특정 차명을 명시해 타당성을 확보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를 내놓은 호출 플랫폼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친환경 고급차의 종류도 많아진 만큼 국토부 관계자는 "연말을 기점으로 재검토 될 것이며 고시는  충분히 주변 환경 및 경제 구조 변화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라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빌리티 산업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자 국내도 택시 다양화에 요구가 들끓었고, 제도적인 준비 과정에서 대응 가능한 친환경 차종으로 렉서스 ES300h가 적시된 셈이다. 물론 올해 말 고시가 개정되기까지 여전히 친환경 고급 택시는 렉서스 ES300h로 운영되지만 해당 차종을 구입하는 사업자가 없으니 유명무실한 규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올해 말 개정될 내용에는 고급 택시로 사용 가능한 친환경차로 어떤 차종이 추가될 수 있을까? 택시 업계가 요청하는 차종이 추가되겠지만 그보다 전기 및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차종이 많이 등장한 만큼 효율과 이산화탄소 배출 등이 기준 항목으로 제시되는 게 보다 현명한 규정이다. 차종 선택은 사업자가 하더라도 기준을 차종으로 명시한 사례는 여러모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니 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