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코로나19가 바꾼 자동차, '환경 vs 생존’'

입력 2020년04월2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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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이동이 줄면 환경보호, 늘면 산업 촉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에 등록된 전체 자동차는 2,379만대다. 이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승용차는 1,900만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전체 등록대수를 기준하면 2018년 1대당 2.3명에서 2019년에 2.2명으로 줄고 올해는 2.17명 수준까지 도달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보유 선진국 수준이 1대당 2.0명 미만에 달하는 만큼 한국도 보유 대수는 꽤 많아진 셈이다. 

 그러나 자동차 내수 규모가 큰 나라에 비해 여전히 보유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8년 기준 세계자동차통계 국가별 자동차 보유대수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449대를 보유한 반면 일본은 605대에 달하고, 미국은 860대, 캐나다는 657대, 유럽은 평균 612대에 이른다. 유럽 중에서도 자동차를 생산하는 독일은 613대, 이탈리아 731대, 스페인 628대, 영국 608대, 프랑스는 598대 정도다. 물론 보유대수는 국가별 1인당 GDP와 연동되기 마련이어서 소득이 높을수록 보유대수 또한 많다는 게 공통점이지만 한국의 2만6,000달러(2018년 기준)보다 소득이 적은 포르투갈(2만3,000달러)도 1,000명당 보유대수가 우리보다 무려 126대나 많은 575대에 달한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보유 규모의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일찌감치 대중교통이 전국을 그물망처럼 촘촘히 둘러싸는 정책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보유대수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늘어나는 자동차는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지정체에 따른 이동 시간의 증가, 도로 확장에 따른 사람 공간의 부족, 그리고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 때 필연적으로 나오는 배출가스 등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문제 해결을 위해 지능형 도로 체계를 갖추고 배출가스를 규제해 왔다. 심지어 "자동차 없는 날"까지 제정할 정도로 개인 이동을 억제하되 필요한 경우 대중교통이 그 역할을 대신하려는 정책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동의 증가가 가져다주는 장점도 만만치 않다. 먼저 이동은 정부의 주요 세금 수입원이다. 배출가스가 나오는 대신 연간 유류세로 25조원 정도를 가져가며 자동차 1대가 판매될 때마다 최소 400만원 이상의 세금이 포함된다. 연간 170만대 가량이 국내에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많은 금액이다. 또한 자치단체의 주요 세입원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세를 제공하며 지자체가 운영하는 수많은 유료 주차장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더불어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 십 만개의 일자리도 결코 무시할 수 없고 자동차 제조에 들어가는 엄청난 소재는 기초 산업을 지탱하는 근간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금융에서도 자동차의 역할은 거대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170만대 가운데 70% 이상이 금융상품과 연계된다. 따라서 이자 수입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금융사에게 자동차 비중이 낮춰진다는 것은 곧 쇠퇴를 의미한다.

 또한 자동차는 여행 및 숙박, 음식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자동차를 이용해 집을 떠나 맛집을 찾고 잠을 자기도 한다. 인간의 최소 생존에 필요한 세 가지로 흔히 의식주(衣食住)로 꼽지만 엄밀하게 보면 이동(移動) 또한 생존의 기본 욕구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는 이동의 욕구를 가장 만족시켜 주는 산업으로 성장했을 뿐이다. 그러니 자동차는 언제나 ‘환경 vs 산업’ 사이에서 갈등을 빚는 대표 산업으로 비유되며 항상 "줄일 것인가 아니면 늘릴 것인가"의 대립 구도를 형성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병이 이동을 억제시켰다. 그러자 음식, 숙박 등의 여행은 물론 기름 소비 감소에 따른 유류세 부족, 대중교통 이용율 하락에 따른 세금 투입 증가 등 다양한 곳에서 충격이 오고 있다. 이동의 축소는 곧 "이동 행위"에 수반되는 비용이 다양한 산업 분야로 옮겨가는 것이 크게 줄었음을 의미한다. 맛집을 찾아가지 않으니 음식점이 어렵고 이동하지 않아 기름 소비가 줄어드니 정유사는 물론이고 정부 또한 유류세 감소로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대중교통도 이용율이 줄어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없애는 것은 국민의 최소 기본 이동권 제공 차원에서 불가능하다. 따라서 유지 비용 증가는 곧 세금 투입으로 연결되고 그만큼 국민들의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그래서 이동은 촉진과 억제 사이에서 늘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다. 촉진으로 도로가 정체되고 지체돼 배출가스가 많으면 소상공인이 많이 뛰어드는 음식, 숙박 등이 잘 되고, 정부 유류세는 증가해 필요한 곳에 돈을 쓰게 만든다. 대중교통 유지에 들어가는 세금도 줄어든다. 또한 새 차도 많이 판매돼 산업 생존을 지탱한다. 반면 억제되면 대기가 맑아지고 이동 시간이 빨라져 배출가스도 줄고 100% 해외에 의존하는 기름 소비도 감소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서 "환경 vs 생존"의 이분법적 구도가 펼쳐지는 것도 바로 이동의 양면성 때문이다. "환경"을 언급하는 이들은 도로에 자동차를 쏟아내자는 생존의 요구를 무리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생존"이 절실한 사람들은 이동을 제한하는 모든 장애물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심지어 새 차 구매 보조금도 주고 구입 때 세금도 낮춰 자동차 구매를 촉진하자고 말한다. 이동이 많아져야 수 많은 관련 산업이 지속될 수 있어서다. 구입 때 적게 받은 세금은 이동이 많아질수록 유류세로 되돌아오니 세수도 상쇄할 수 있고 대중교통 이용자도 늘릴 수 있다고 말이다. 물론 환경 문제는 상황에 따라 선택적, 제한적으로 해결하자는 대안도 제시한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언제나 조율이다. 환경도 지키되 생존이라는 산업적 욕구를 충족시키자는 중립적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산업 충격이 글로벌인 만큼 내수 시각만으로 생존을 바라보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편견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소한 내수라도 이동을 촉진해야 글로벌의 충격을 어느 정도 막아낸다는 뜻이다. 이동의 억제와 촉진, 둘 가운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선택은 무엇일까. 코로나19가 던진 이동에 대한 깊은 고민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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