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타격 국내 판매로 최대한 견뎌야
GM이 최근 자동차 공유 서비스로 출범시킨 "메이븐(Maven)"의 철수를 선언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지 3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셈이다. 물론 사업 중단의 직접적인 계기는 "코로나19"지만 이전부터 규모를 축소해 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공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을 억제하는 감염병 확산이 공유 사업의 미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고, 수익성을 다시 검토한 결과 공유로 돈 버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사업 철수로 연결됐다. 그러면서 동시에 소유를 늘리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크게 위축되자 빅3를 중심으로 신차 보조금을 요청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 나오고 있어서다.
소유를 늘려 자동차산업을 지키려는 노력은 독일에서도 이미 시작됐다. 독일 자동차업계는 정부에 타던 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사면 현금 지원을 촉구하는 방안을 채택키로 했다. 둔화된 자동차 판매를 되살려야 독일의 주력 산업이 위기를 견뎌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0년 전 금융 위기 때 시행, 산업 유지 효과를 경험한 것도 요구의 배경이 됐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정해진 사항은 없지만 오는 5월 공식적으로 정부에 요청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국은 이미 신차 보조금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친환경차(NECV)의 취득세 면제와 대당 170만원 가량의 보조금 지급을 2년 연장했고 자동차 구매 억제 제도로 여겨졌던 대도시 자동차 번호판 발급 제한을 완화키로 했다. 또한 완성차 공장이 위치한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신차 보조금을 속속 신설하며 구매 촉진에 나섰다. 중국 또한 급격히 늘려 놓은 자동차산업이 위축될 경우 일자리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완성차 수출 부진 만회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구매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구입이 크게 줄면서 수출 공장 가동이 중단된 만큼 어떻게든 내수 확대가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물론 타던 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살 때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는 한국도 이미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10년 이상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휘발유 및 LPG 새 차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주는 "노후 경유차 저감 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1t을 LPG로 바꾸려는 노력은 미세먼지 저감 차원에서 올해부터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제조사도 LPG 1t 트럭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수출 감소 물량에 비하면 수준은 미미하다. 현재 새 차 구매 촉진 방안으로 오는 6월까지 개별소비세율을 5%에서 1%로 낮춰주는 중이지만 구매 보조금 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앞서 2009년에 동일한 제도를 도입해 적지 않은 효과를 본 경험도 구매 보조금의 필요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당시 10년 넘은 승용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살 때 최소 100만원에서 최고 250만원을 지원했을 때 효과는 엄청났다. 금융위기가 불거진 후 국내 완성차 판매는 120만대에 머물렀지만 보조금 도입이 시작된 2009년에는 144만대로 치솟았고, 보조금 제도가 막바지에 다다랐던 2012년에는 153만대까지 올랐다. 이후 경기가 다시 회복되며 내수 판매는 150만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 기간 위축된 수출 부진이 회복되며 충격량 최소화에 성공했던 셈이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 외에 궁극적으로 생산 하락폭이 최소화 되도록 만드는 게 근본적인 처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기본적으로 이동이 억제된다는 점에서 이동을 전제로 삼는 여행, 음식, 숙박은 물론 이동 수단 제조 및 교통 산업 피해도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육상 이동의 대표 수단인 자동차에 대한 새 차 구매 보조금은 자동차 이동 및 이용을 늘려 관련 산업의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차를 바꾸면 어디든 가고 싶은 욕망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방역대책 덕분에 이동 자체를 금지하지 않은 대표 국가인 만큼 이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