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삼성SDI 방문해 전고체 배터리 현황 파악 -제네시스 전기차 배터리 수주설부터 배터리 합작사 설립설까지 며칠 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회동이 화제가 됐다. 두 총수가 사업 목적으로 단 둘이 만난 적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그 자체로 이슈가 됐다. 실제 두 그룹은 1대 창업주 때부터 경쟁 관계였고 1995년 삼성이 삼성자동차를 시작하면서 골이 깊어졌다. 하지만 3세 경영인 체제로 바뀌면서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변화된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이번 만남은 이재용 부회장의 초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800㎞에 이르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데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기술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대용량 구현하고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회동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우선 삼성SDI가 현대차 제네시스 G80 전기차 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들어갈 배터리 중 일부를 수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2021년 4차례에 걸쳐 발주할 물량 중 1차 공급계약은 SK이노베이션이 이미 따낸 상태인데다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가 파우치형 배터리를 쓰던 현대차에 바로 배터리를 공급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논리가 약하다. 또 양사가 관심을 가지고 논의한 사항이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라는 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지금 당장의 배터리 물량 수주가 목적은 아니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가장 힘이 쏠리는 시나리오는 양사의 배터리 합작사 설립이다. 최근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대 핵심 파워트레인 부품인 배터리의 직접 생산을 위해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사를 세우는 추세다. 연간 수십만대 이상의 고정 수요가 예고된 만큼 안정적 공급이 수반돼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토요타가 파나소닉과, 폭스바겐이 스웨덴 노스볼트와, GM이 LG화학과 합작사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 역시 매번 전기차 개발 일정에 따라 서플라이어를 선정하는 것보다 합작사 설립을 통해 자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합작 상대가 삼성SDI일 땐 더욱 반길 만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모바일 부문 기술력과 전장브랜드 "하만" 등 삼성그룹 내 다양한 부문과 협업의 연결 고리를 열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 입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욕심나는 사업 파트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4번째로 많은 완성차 브랜드다. 2025년 연간 전기차 판매 목표는 무려 56만대에 달한다. 단순히 협력사라면 많아야 이 중 일부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겠지만 합작사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는 물론이고 차세대 배터리 개발비와 신규 공장 건설 비용 등 투자금 상당 부분도 절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를 이어갔던 삼성SDI가 단숨에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간에는 현대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에서, 삼성은 모바일 등 전자 부문에서 각자 생존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전동화 및 IT로 흐르면서 이 둘의 융합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더욱 복잡 미묘하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어서다. 과연 이번 회동은 자동차 산업 역사에 어떤 획을 그을 것인가. 이들의 선택이 기대되는 이유다.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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