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코로나19가 군불 피우는 경차 부활

입력 2020년05월2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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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모닝 출시로 경차 시선 끌어
 -경차 혜택 확대하는 것도 방안

 기아자동차가 경차 모닝의 디자인과 편의품목을 일부 바꾼 모닝 어반을 내놨다. 최근 중대형차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들려 온 경차 소식이다. 그런데 제아무리 새 차라도 해마다 쪼그라드는 경차 시장을 감안할 때 주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교롭게 코로나19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데다 대중교통 기피현상이 벌어지며 경차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중이다. 

 국내 경차 역사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본격적인 "마이카(My Car)" 시대로 접어들며 에너지 위기를 우려한 정부는 자동차산업 진흥과 에너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웃 나라 일본의 경차산업을 참고해 ‘국민차 보급 추진 계획’을 세웠다. 이후 참여 기업을 모집했지만 배기량 기준 등이 맞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포기한 반면 자동차 진출을 계획했던 대우중공업이 참여해 1991년 일본 스즈키 알토(Alto) 기반의티코(Tico)를 등장시켰다.

 물론 등장 이후 보급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도 적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는 사치품어서 가구당 두 대 이상을 보유하면 무거운 세금부담이 주어졌는데 이때 세컨카가 경차일 경우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자동차를 보유하려는 욕구가 거세게 일어나던 시점인 데다 소득이 높지 않았으니 티코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로 대단했다. 특히 아이러니하게 티코는 현대차 일색인 울산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산업도시의 높은 소득이 교육열과 맞물려 방문 학습지 교사에게 인기가 있었던 탓이다. 

 티코가 경차 인기를 독점하자 현대차는 1997년 덩치 큰 경차로 아토스를 내놓고 경쟁에 가담했다. 작은 티코에 반해 키가 큰 4기통 아토스로 "3기통 vs 4기통" 이슈에 집중하며 티코 공략에 들어갔고, 이어 기아차도 비스토를 내세워 시장에 뛰어들었다. 커져만 가는 경차 시장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대우차 또한 티코 후속으로 마티즈를 등장시켜 경쟁 우위를 이어갔다. 게다가 외환위기는 경차 판매에 날개를 달아줘 1998년 국내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경차는 무려 35%의 비중에 달하는 16만대에 도달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경차에 독(毒)이 되기도 했다.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정부로선 경차 비중 확대가 반갑지 않았던 탓이다. 결국 경차 비중이 35%로 정점을 찍었던 1998년부터 경차 혜택을 조금씩 줄였고 이듬해는 1가구 2차의 중과세 면제를 폐지하자 경차는 하루 아침에 인기 없는 차종으로 전락하며 불과 2년 만에 판매는 16만대에서 9만대로 주저 앉았다. 

 그 이후 침체기를 겪던 경차의 주목도가 다시 올라간 것은 2004년이다. 경차가 위축되자 현대차는 2002년 아토스 판매를 중단했고 기아차 또한 2003년 비스토를 없앴다. 덕분에 경차는 대우 마티즈가 시장을 지배했지만 전체 규모는 예전 같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혜택 부활의 필요성을 절감한 대우차는 국회를 대상으로 입법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경차 부활에 공감한 당시 신영국 의원이 경차 혜택 부활을 주도했는데, 신 의원은 "경차 타는 국회의원"으로 매스컴에 화제가 됐을 정도로 경차에 애착을 보이며 결국 법안 통과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반기(?)를 든 곳이 기아차였다. 비스토 단종 이후 배기량을 1,000㏄로 늘린 "모닝"을 내놨던 기아차는 안전 등을 이유로 800㏄ 미만의 경차 배기량을 1,000㏄ 미만으로 확대하는 요구안을 내놨다. 반면 대우차는 경차 목적이 에너지절감에 있다는 점을 들어 800㏄ 유지를 고수했다. 물론 당시 기아차는 비스토에 사용했던 800㏄ 엔진이 있었고 대우차 또한 수출용 마티즈에는 1,000㏄ 엔진을 탑재했던 만큼 각자의 주장은 국내 주도권 쟁탈전이었다. 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정부는 여러 공청회 등을 거쳐 결국 1,000㏄로 확대하되 적용 시점은 4년 후로 정하는 절충안에 서명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08년 경차 시장은 마티즈의 독무대에서 기아차 모닝으로 서서히 시선이 옮겨갔다. 특히 모닝은 배기량 1,000㏄로 경차에 대한 "부족한 성능" 불만을 잠재우며 단숨에 강자에 올라섰다. 그러자 상황을 대비했던 대우차는 GM대우 이름으로 2009년 배기량 1,000㏄ 스파크를 내놓고 "1,000㏄ 경차 시대"에 본격 합류했다. 그 결과 경차는 개별소비세 면제와 취득세 감면, 공채 구입의무 면제, 공영주차장 및 고속도로통행료 50% 할인 등이 시선을 끌며 2012년 연간 21만대에 이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2015년에는 한미 자동차 FTA 협정이 경차 보유자에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이유로 경차 1대를 보유했을 때 연간 20만원의 유류비 지원 혜택도 추가됐다. 

 하지만 최근 5년 사이 경차는 다시 위축되는 중이다. 국내 판매도 18만대에서 1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세금 면제와 고속도로 및 공영주차장, 종합보험료 등의 할인과 같은 혜택이 더이상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을 만큼 소득이 늘어난 점, 그리고 세제 혜택을 빌미로 제조사가 가격을 높인 점, 또한 경차의 대체재로 소형 SUV가 등장한 점이 이유로 꼽힌다. "경제적 혜택"과 "개인적인 선호도" 가운데 무게추의 기울기가 "선호도" 쪽으로 옮겨 갔다는 의미다. 상당한 할인 제공에도 경차 판매가 저조했던 것은 이른바 시대의 변화였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모닝 어반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런데 기아차는 애초 경차의 등장 목적을 배제한 채 더이상 경차를 경제적인 차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시대를 끝내고 프리미엄 경차를 지향하겠다는 뜻이다. 갖가지 편의품목을 갖추고 안전에 대한 우려는 첨단 기능의 능동적 안전장치로 해결했으니 경차 소비는 이제 합리적 선택임을 강조한다. 물론 쉐보레 또한 스파크에 붙이려는 이미지는 모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경차는 여전히 혜택 및 경제적인 상황과 맞물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공교롭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소득 감소와 대중교통 기피현상이 경차에게 부활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굳이 이동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제적인 자동차가 필요하다면 경차가 제격이라는 점에서다. 따라서 경차에 남아 있는 각종 비용 부담을 아예 없애자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고속도로 및 공영주차장 이용료 50% 할인은 100% 면제로, 자치단체에 납부하는 자동차세또한 50%로 낮추자는 의견이다. 물론 제도 변경을 통해 다시 비중이 높아지면 세금 면제가 사라질 수 있겠지만 내리막인 경차 규모를 감안해 정책적으로 일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 또한 산업적 측면에선 필요해 보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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