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철수 선언 이어 혼다 판매 폭락
지난해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대응해 시작된 일본차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다. 이전에도 한일 간 관계 악화에 따라 불매운동 벌어지곤 했지만 이번처럼 장기화 된 적은 드물다. 게다가 세 자리 수 자동차 번호판의 도입,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판데믹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일본차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
지난 1년 간 일본차 판매는 급속히 냉각됐다. 한국수입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일본차 등록대수는 1만43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57.2% 줄어든 성적이다. 그 결과 한때 20%를 넘었던 수입차 내 일본차 비중도 크게 위축돼 올해 상반기는 7.8%에 머물렀다. 독일차들이 디젤 게이트와 화재 이슈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친환경 제품을 앞세워 반사 이익을 누리던 때를 떠올리면 말 그대로 일본차 수난 시대다.
물론 불매운동 이후에도 일본차가 반짝했던 기간은 있다. 연말 재고 할인과 한국닛산의 국내 철수에 따른 폭풍 할인이 순간 점유율을 높였다. 많게는 30%에 이르는 할인으로 재고를 처리했는데, 덕분에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0.3%까지 회복했고 올 6월에도 10.0%를 기록했다. 물론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점유율 회복일 뿐 장기적인 불매운동 기조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불매운동의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한국닛산의 국내 사업 철수다. 닛산 글로벌이 지난해 7조원 넘는 손실을 보며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고, 그 결과 한국닛산이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닛산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적자를 기록해 왔는데 지난해에는 국내 시장에 3,049대를 판매해 14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매운동이 판매를 가로막자 결국 철수를 선택했다.
나머지 일본차 브랜드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혼다코리아는 불매운동 직전인 2019년 상반기 5,684대를 팔았지만 하반기에는 3,076대에 머물렀고 올해 상반기에는 1,453대에 그쳤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를 비교하면 74.4%의 폭락이다. 그 결과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혼다코리아 매출은 3,6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억8,000만원으로 89.9%나 줄었다.
한국토요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렉서스를 포함한 토요타 판매는 2만2,852대로 전년 대비 24.2% 감소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엔 6,401대에 그쳐 전년 대비 56.4% 줄었다. 하락폭이 70%를 웃도는 닛산과 혼다보다 양호하지만 하반기 실적에 따라 악화일로를 걸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토요타의 경우 판매가 소폭 살아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의 경우 6월 1,014대를 소비자에게 인도해 올해 처음으로 1,000대 판매를 넘겼다. 5월에도 727대로 월 최저 수준이었던 411대 이후 반등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토요타도 월 판매 300대 수준을 벗어나 5월엔 485대, 6월 665대로 올라섰다. 여전히 평년 수준에 한참을 못 미치는 결과지만 바닥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한국닛산 철수와 달리 혼다와 토요타 등은 장기적 관점으로 국내 시장에 접근한 만큼 위기는 겪어도 한국닛산과 같은 철수는 결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위기 극복을 위해 오히려 친환경 제품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 이후 친환경 트렌드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제품력을 더욱 보강해야 정치적 갈등이 해결됐을 때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정치적 갈등과 관계없이 기업은 좋은 제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는 태도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