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용 시장에서 활성화 기대
물류 시장에서 자율주행의 기대감은 적지 않다. 여러 명이 탑승하는 버스와 달리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탑승자가 운전자 한 명에 머무르는 만큼 전체적인 피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물류기업이 자율주행 스타트업 등에 잇달아 투자 등을 진행하며 피해 없는 배달의 최적화를 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폭증하자 수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배달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수요 증가로 향후 10년 동안 도심 내 배달은 약 3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의 전체 이동 거리 가운데 34%가 상업활동 목적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성장인 셈이다.
물론 자율주행을 물류에 적용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화물 또한 버스 등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노선 주행 비중이 많아서다. 달리 얘기하면 운행 구간이 정해질수록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예측력이 높아져 사고 위험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심은 여전히 복잡해 사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그래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사람 운전자의 "부분 탑승"이다. 일정 구간은 자율주행으로 해결하되 복잡 구간만 사람이 운전하는 방법이다.
상용화를 위한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 스웨덴 운송회사 아인라이드는 원격 자율주행트럭을 투입할 때 사람 운전자를 채용하지만 추후 역할을 줄이는 방법으로 운전 주체를 구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물류 창고와 부산 항만을 오가는 화물차에 자율주행을 적용하는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날 때까지는 사람이 운전하고 고속도로 진입이 끝나면 사람은 내리되 자율주행으로 부산까지 운행한다. 그리고 부산 도심에 진입할 때는 해당 지역에 대기 중인 다른 운전자가 운전을 맡는 방식이다. 이 경우 사람의 장시간 고속도로 운전이 필요없어 피로에 따른 사고 위험도 없다. 게다가 사람 운전의 운행 구간이 대폭 줄어 물류기업은 인건비 절감도 가능하다. 반면 기존 운전자의 소득 감소는 불가피해지는 측면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물류 이동에 자율주행이 적용된 후 데이터 등이 쌓여 복잡성에 대한 대응 능력이 향상되면 해당 시스템은 곧바로 인간 탑승의 승용 자율주행으로 확장되기 마련이다. 한 마디로 누군가 운전 행위를 통해 이동을 시켜주는 서비스에서 "사람 운전자" 역할이 배제된다는 뜻이다. 물론 물류와 별개로 부분적 자율주행을 활용, 유상운송 서비스에 적용하는 곳은 이미 생겨나고 있다. 중국 광저 내 황푸구는 오토파일럿 택시의 기본요금을 일반 운임의 절반으로 책정하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당 택시에는 레이저 레이더, 밀리미터파 레이더, 카메라, GPS
등의 센서가 탑재됐고 뒷좌석 전면부 스크린에 시동 버튼이 부착돼 있다. 아직 운전석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사람이 있지만 궁극은 운전자조차 없앤다는 게 목표다.
한편에선 자율주행 택시로 사용되는 이동 수단의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컴퓨팅을 통해 끊임없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동차 스스로 판단하려면 계산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때 전력 공급은 EV에 내장된 배터리가 역할을 맡는 식이다. 당연히 지능이 전기를 많이 사용해 EV의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들 수 있지만 촘촘한 충전망이 있다면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셈이다.
그러자 맥킨지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율주행 이동 서비스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까지 중국 내 자율주행 제품의 판매액만 2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6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시장은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이 주도하되 무엇보다 물류 부문에서 활발한 사업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했다. 승객 운송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안전 등의 이유로 다소 지연되고 있을 때 이미 물류에서 자율주행기술을 활발히 도입하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정부가 친환경 모빌리티 주력 국가로 빠르게 전환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그린 뉴딜"이다. 이를 위해선 물류를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처럼 운전 주체에 따른 자율주행의 시범 운영도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 비록 좁은 국토지만 한국의 고속도로는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혀 있어 사람 없는 원격 자율주행은 지금도 가능한 수준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