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없애고 카메라 달린 신차 잇따라 출시
-공력성능 증가 및 세련된 디자인에 유리
-비용 및 소비자 인식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 자동차에 꼭 필요한 부품 중 하나가 거울이다. 모든 차가 동일하게 딱 세 개씩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외부 양 끝에 부착한 사이드 미러와 실내 가운데에 있는 룸미러다. 뒷차의 시야확보를 주목적으로 안전운전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부품이지만 최근 제조사별로 거울을 과감히 없애는 추세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자동차에 거울이 없는 "미러리스카" 시대가 오는 것일까.
미러리스카는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꽤 오래 전부터 시도해 온 기술이다. 알고리즘이 복잡하지 않고 차를 완성하는 데 있어 유리한 측면이 많아서다. 폭스바겐은 2012년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XL1 쿠페에 사이드 미러 대신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했다. 운전자는 카메라와 연결한 3개 화면을 통해 후방을 관찰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모터쇼에 나온 현대·기아자동차의 제네시스 컨셉트와 GT 컨셉트 역시 사이드 미러 대신 카메라를 달았다. 이후 지난 2018년에는 렉서스가 신형 ES에 양산차 중 처음으로 "디지털 아우터 미러"라는 카메라를 선보였고, 최근 국내에 시판한 아우디 e-트론이 미러리스카시대를 알렸다. 룸미러의 경우 GM과 캐딜락, 랜드로버가 카메라를 병행 탑재하기도 했다.
미러리스카가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 과거엔 규제가 발목을 잡았지만 2015년 11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국내의 경우 "자동차 안전에 관한 규칙" 50조에 의해 모든 차에는 사이드 미러를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으나 해당 개정안을 통해 사이드 미러의 보조수단으로 영상장치를 허용했다.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거울로 직접 외부를 살피는 것 이상의 안전성을 확보하게 됐다. 카메라를 이용해 운전자에게 넓은 시야를 제공하면서 사각지대가 없어진 것. 전장장비가 실내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적응 및 시인성이 거울에 비해 오히려 더 좋다는 의견도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미러리스카시대가 완전자율주행보다 더 빠르게 우리 삶 속에 다가올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먼저 비용이다. 카메라와 거울을 대체할 모니터, 각종 전자장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직은 비싸다. 원가상승은 물론 사고 시 수리비도 일반 거울과는 큰 차이가 예상된다. 여기에 프로그램이 다운되거나 꺼지면 한순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안정화작업도 필요하다. 기존 사이드 미러 부품을 제공하는 협력사글과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 전체 자동차 구조를 놓고 보면 큰 의미가 아닐 수 있지만 기존의 틀을 바꾸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 진통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자동차회사들에게 미러리스카는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하고, 자유로운 디자인도 가능하며, 안전성 측면에서 거울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동화시대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 중 하나라는 게 제조사들의 생각이다.
문제는 기술을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의지다. 아무리 카메라 해상도와 화각이 넓어졌다고 해도 100년 이상 유지해 온 거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미러리스카는 불안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생명과 직결된 자동차에 사용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사람들이 신기술에 적응하는 과정이 얼마나 짧아지느냐에 따라 미러리스카시대의 대중화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하루 아침에 카메라로 뒷차를 볼 용기가 없다면 최대한 접점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조사들이 양산형 미러리스카를 속속 선보이고 거울보다 더 안전하다는 걸 증명한다면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차간 거리를 조절하고 차선까지 올바로 유지시키는 주행보조 시스템의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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