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운행세, 환경세...우선 비중 어디에?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매년 자치단체에 빠짐없이 내는 세금이 있다. 바로 "자동차세"다. 현재는 배기량 기준에 따라 ㏄당 금액이 부과된다. 자가용 기준으로 1,000㏄ 이하는 ㏄당 80원, 1,600㏄ 이하는 140원, 2,000㏄ 이하 및 초과는 200원이다. 원래는 5단계였지만 한미 자동차 FTA에 따라 3단계로 간소화됐다. 행정안전부 지방세통계연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지방세 전체 세수 84조원 가운데 자동차세 비중은 4.78%로 4조원이 조금 넘는다.
그렇다면 자치단체는 대체 어떤 명분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자동차세"가 처음 도입된 1921년 기준에 따르면 일종의 재산세 개념이다.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자동차를 소유했다면 자치단체가 재산세 성격으로 부과했다. 그리고 재산적 가치는 승차인원을 기준 삼았다. 차가 비싸고 클수록 승차인원이 많았던 탓이다.
재산 개념으로 부과되던 자동차세에 초보적인 엔진 배기량 개념이 처음 들어온 것은 1967년이다.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4기통 이하와 초과로 나누고, 휠베이스 길이에 따라 세부적인 차등을 뒀다. 엔진 실린더 숫자가 많고 길이가 길수록 고급차라는 점에 착안했던 만큼 재산세 개념은 보다 명확해졌다.
그러다 ㏄당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도입된 것은 1990년이다. 고정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하되 배기량이 큰 경우 ㏄당 세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저가차와 고가차의 세금을 차등했다. 터보 차저 등의 기술이 별로 적용되지 않았던 때여서 배기량과 가격이 비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동차세에 환경 개념이 더해진 때는 1994년이다.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친환경차를 "전기 및 태양열 등을 이용하는 자동차"로 규정했다. 그러나 해당되는 자동차가 거의 없어 별다른 논란은 제기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점차 자동차세의 성격 논쟁이 벌어졌다. 부동산과 달리 자동차는 구입 시점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재산 가치가 하락하는 제품인데 연식과 관계 없이 배기량 기준으로 일괄 부과하는 것은 재산 가치가 반영되지 못한 불합리한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구입 후 3년이 지나면 해마다 세금의 5%를 경감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다시 논란이 시작된 것은 엔진 다운사이징 때문이다.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에 터보 차저 등의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이 속속 도입됐고 이는 배기량 기준의 세금 부과 방식을 근본부터 흔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1,599㏄ 엔진에 터보를 더해 5,000만원에 판매되는 승용차보다 3,000만원짜리 1,998㏄ 엔진 탑재 차종의 자동차세가 더 많은 탓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같은 개념으로 접근해야
-수익자 및 오염자 부담원칙 동시 적용
동시에 자동차세의 개념을 단순히 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격은 재산세지만 실제는 도로이용에 따른 수익자부담, 그리고 배출가스를 내뿜는다는 점에서 대기환경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오염자가 부담하는 원칙이 동시에 고려된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논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재산세가 아니라 도로 이용에 따른 수익자, 그리고 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오염자 부담 원칙이 적용된다면 세금 부과 기준을 배기량과 차령으로 삼는 것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끝없는 논란에 따라 대안으로 제시되는 기준은 재산세 가치의 강화(가격)와 탄소배출량(환경적 가치)이다. 다시 말해 자동차세의 성격을 재산, 환경, 도로 이용 등으로 구분하되 각 항목의 세금 체계를 만들어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마치 기름에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 같은 성격으로 규정돼야 한다는 것과 같다. 이 경우 세금 혜택의 시비도 없앨 수 있다. 예를 들어 3,000만원짜리 쏘나타 2.0ℓ의 자동차세는 연간 51만원인데 반해 배터리를 탑재하고 6,000만원에 판매되는 테슬라 전기차는 자동차세가 10만원이다. 이는 전기차의 친환경 가치에 우선 비중을 둔 결과다. 하지만 전기차 또한 지방도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도로 이용세는 같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쉽게 보면 자동차세를 운행(30%), 재산(30%), 환경(30%), 기타(10%) 등으로 나누고 필요할 때 각 항목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게 맞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 친환경성이 우수한 만큼 환경 부문의 세액만 감면하면 되고, 재산 개념은 가격과 연동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개념이 달라지고 에너지원 또한 변하는 시대에 과거 세제를 고집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