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디젤 세금 인상, 미세먼지 잡는다?

입력 2020년09월1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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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진적 전환이 국민 부담 줄여

 극단적으로 자동차부문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일방적으로 자동차 운행을 억제하면 된다. 예를 들어 현재 5부제 또는 10부제를 짝수와 홀수로 나눠 2부제로 운행만 해도 연간 주행거리의 절반이 감축돼 미세먼지 또한 크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배출가스와 일자리, 세금 상관성 높아

 그럼에도 섣불리 운행 억제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파급효과가 국민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정부 또한 세입 감소가 뒤따를 수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운행을 억제하면 이용 거리가 줄어 자동차를 새로 바꾸는 대차 기간이 늘어난다. 단적으로 연간 1만5,000㎞ 달리는 자가용이 7,500㎞만 주행하면 3년을 타도 누적 거리가 2만2,500㎞에 불과해 평균 2년 정도를 더 보유하게 된다. 이 경우 공장에서 생산되는 새 차로 바꾸는 시간이 길어져 신차 판매에 따른 세입과 공장 일감이 동시에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의 세수 감소는 그 뿐만이 아니다. 운행과정에서 부담하는 유류세도 줄어든다. 한 대가 사용하는 기름 소비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연간 25조원에 달하는 유류세를 보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실제 자가용 이동을 억제할수록 이동량은 대중교통이 흡수하는데 이들은 유류세를 감면받거나 보전받는 공공교통 영역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대중교통이 운행이 확대된다고 유류세는 늘지 않는다. 미세먼지 절감의 극명한 효과임에도 정부가 운행 억제를 하지 못하는 직접적인 배경이다. 

 경유세 인상보다 엔진 과세가 적절

 그럼에도 자동차부문의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당연히 줄여야 하고 맞는 말이다. 그래서 방법적으로 경유의 유류세 인상을 도입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운행 억제를 못한다면 기름 중에서도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디젤 사용을 줄이되 휘발유, LPG, 전기 등을 늘리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휘발유와 경유의 세금을 동등하게 맞추거나 오히려 경유 세금을 휘발유 대비 20% 인상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경유의 유류세가 늘면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되고 유지비 증가에 따른 소비자들의 디젤차 구매 욕구가 떨어져 점진적으로 경유차 비중을 낮출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운행거리가 동일할 때 디젤을 휘발유로 대체하면 탄소 배출이 증가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가뜩이나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자연재해를 겪는 마당에 디젤 유류세 인상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더욱 지키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실제 디젤 억제를 추진하는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유럽 내 승용차의 평균 CO2 배출량은 2009년 ㎞당 145.8g에서 2016년 117.8g으로 감소했지만 2018년에는 오히려 120.5g으로 증가했다. 디젤차 수요가 휘발유차로 전환되면서 탄소 배출 증가로 연결됐다. 결국 디젤의 대안이 휘발유 및 LPG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수송부문의 디젤 유류세 인상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감안돼야 한다. 먼저 기존 디젤차 이용자의 유지비 부담이 증가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경유차 비중을 줄이려면 기름이 아닌 디젤 엔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경우 현재 이용자의 부담은 늘지 않되 타던 차를 바꿀 때 디젤의 구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당연히 세금 부담으로 디젤차 가격이 오르면 구매 패턴은 휘발유 및 LPG, 전기차 등으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디젤의 낮은 세금 부과로 만들어진 경제적인 장점을 구매 전 디젤 엔진에서 떨어트리는 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보다 세밀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모두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디젤차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수요는 휘발유 등으로 이동해 탄소 배출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디젤에서 전동화로 손쉽게 넘어가도록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고 여기서 제시되는 제품이 친환경으로 일컬어지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젤 구매를 억제할 때 소비자들이 대안으로 찾는 차종은 대부분 하이브리드다. 하지만 국내에서 하이브리드는 구매 가능한 차종의 숫자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제품의 확장성 차원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있지만 여기에는 정부가 아예 관심이 없다. 그나마 책정된 보조금 500만원도 내년에 없애기로 했다. 그렇다 보니 국내에선 "친환경=전기차"로 인식됐고 상당한 구매 보조금이 전기차에 몰려 있다. 하지만 보조금에 의존하는 소비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전기차로의 전환은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보조금은 여전히 내연기관의 유류세를 통해 충당하는데 친환경차가 늘어날수록 유류세도 함께 줄어 고민이 적지 않다.  

 따라서 유류세를 유지하되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모두 줄여야 한다면 기본적으로 바퀴 동력으로 전기의 활용성을 높이는 게 우선이고 이때는 전기 사용 총량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쉽게 보면 수송용으로 전기를 쓸 때는 친환경차의 종류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배터리 전기차도 늘어야 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함께 늘려 총량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연간 사용하는 기름 총량이 "100"이고 이 가운데 30%를 전기로 바꾸려는 목표가 세워졌다고 무조건 배터리 전기차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디젤차 이용자의 부담 증가를 억제하되 미세먼지와 탄소배출을 동시에 저감시키면서 급격한 세수 감소를 막는 일석삼조를 얻으려면 친환경차 종류를 가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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