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정부 목표는 늘고 보조금은 줄어 -"현실 반영한 적정 목표 설정으로 실구매 혜택 늘려야" 목소리도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한 가운데 환경부는 그린뉴딜 예산안으로 4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이중 친환경차 보급에 1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전기차 보급 및 충전기 구축을 위한 지원금과 수소차 보조금 등에 쓰이는 돈이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미래차 133만대 보급 목표를 세우고 매년 이를 향해 단계적으로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2020년에서 2021년까지 전기차는 승용차의 경우 6만5,000대→7만5,000대, 화물차는 1만3,000대→2만5,000대, 버스는 650대→1,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같은 기간 수소차는 승용차 1만100대→1만5,000대, 화물차 시범 5대, 버스 180대를 목표치로 잡았다. 환경부는 "2022년에는 자동차 신규 구매자 10명 중 1명이, 2025년에는 5명 중 1명이 미래차를 선택하게 되는 이른바 미래차 대중화 시대가 본격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와 달성률 정부가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기차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막상 목표 달성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전기차 민간 보급은 2013년 제주를 시작으로 2014년 전국으로 확대됐다. 보급 초기인 2014~2016년엔 역대 최고인 1,500만원의 국고 보조금과 300만~800만원에 달하는 지자체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당시 전기차의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100㎞ 안팎에 불과했고 판매 차종도 많지 않아 소비자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정부 보급 목표와 실제 판매대수는 2014년 1,500대 중 1,315대, 2015년 3,000대 중 2,945대, 2016년 8,000대 중 5,177대에 머물렀다.
이후 현대기아차의 본격적인 전기차 출시와 충전 인프라 확대 등이 맞물려 정부 보급 목표는 크게 증가했다. 2017년 정부 목표는 1만5,000대였고 1만4,337대를 보급했다. 2018년에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 지원 예산을 완전 소진했다. 심지어는 추경에서 전기차 5,000대를 추가, 정부 목표인 2만5,000대보다 많은 3만1,154대를 보급했다.
그러나 2019년 보급사업은 다시 위축됐다. 국고 보조금이 1,2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지자체 지원금도 100만~200만원 가량 줄면서 유인책을 잃었기 때문이다. 마땅한 전기 신차가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그 결과 2019년 정부 보급 목표 4만3,795대 중 보급 대수는 3만4,969대에 머물렀다. 올해 역시 신차없는 전기차 시장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 모델3가 총력을 다해 이끌고 있지만 8월까지 전기차 판매는 2만2,000여대에 그쳤다. 2020년 승용 전기차 목표인 6만5,000대의 3분의 1 수준이다.
▲내년 목표와 실현 가능성은 2018년을 제외하고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는 매년 미달에 그쳤다. 올해는 반타작도 버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통해 전기 승용차 보급 대수를 6만5,000대에서 7만5,000대로 1만대 확대했다. 연간 전기차 보급 목표는 각 지자체의 목표 대수를 합산해 반영하는데 내년 지자체 예상 판매치가 크게 증가해서다. 기대에 대한 근거는 2021년 현대기아차그룹이 내놓을 순수 전기차 플랫폼 기반의 전기 신차들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내년 준중형 CUV를 기반으로 한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500㎞에 달하고 세단이나 해치백이 아닌 CUV 형태를 채택해 기존 전기차의 단점을 극복하고 대중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인 해석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브랜드는 현대차와 기아차, 테슬라 정도다. 나머지 브랜드는 통틀어 연간 1만대 판매에 못미친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와 테슬라에 의존해 6만5,000대 이상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모델3를 앞세워 올 8월까지 8,462대를 판매했다. 가장 많이 판매한 달의 월간 판매가 2,827대였는데 남은 네 달 모두 3,000대씩 인도한다고 가정해도 2만대 판매가 쉽지 않다. 게다가 테슬라는 매월 선적해 오는 물량이 일정치 않다. 두어 달에 한 번 몰아서 소비자에게 인도하는 방식이다. 테슬라에 기대할 수 있는 비중은 많아야 연간 1만5,000~2만대다.
현대차는 2018년 아이오닉 5,606대, 코나 1만1,193대로 총 1만6,799대의 최대 실적을 냈다. 이듬해엔 코나 판매가 늘었지만 그만큼 아이오닉이 줄어 총 판매는 1만5,657대로 줄었다. 기아차는 2018년 니로와 쏘울을 더해 총 5,179대를 판매했고 2019년엔 6,549대를 내보냈다. 차종별 증감이 있긴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 기준에서 보면 전기차 내수 판매는 2018년 2만1,978대에서 2019년 2만2,193대로 215대 증가했을 뿐이다. 주행거리가 늘고 신기술이 접목된 신차가 나오면 수요가 이동할 뿐 시장이 성장하진 못한 셈이다. 이는 배터리 등 신기술의 영향이 절대적인 전기차의 특성인 만큼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구형 전기차가 경쟁력을 갖긴 어렵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정부의 2021년 전기차 보급 목표는 내년 출시될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차 CV의 운명에 걸려있다. 기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라인업이 1만5,000대 판매를 유지하더라도 두 차종이 4만대 이상 판매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기존 라인업의 실적은 더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라는 점,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500㎞ 이상이라는 점, 코나 전기차의 연간 판매가 1만3,000대를 웃돌았다는 점 등에 미뤄 짐작했을 때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게다가 내년 쌍용차의 첫 전기차와 르노 조에 등도 본격 인도될 예정이어서 정부 목표 달성에 동력을 더한다.
▲진짜 논란은 국고 보조금 축소, 향후 방향은? 소비자들이 정부의 전기차 보급 달성률에 관심을 갖는 진짜 이유는 국고 보조금 때문이다. 정부는 최대한 많은 구매자에게 혜택을 돌린다는 명목으로 목표 대수를 늘리면서 국고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다. 내년에도 전기차 국고 보조금은 올해보다 100만원 하락한 7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막상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에 따라 절반 가까운 예산은 소진되지 못하고 회수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현실을 반영한 적정 목표를 설정해 실구매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줄어든 보조금으로 인해 전기차 구매욕이 떨어지고 보급 목표의 미달성은 예산 감축이란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보급 목표와 상관없이 전기차 구매 단계에서의 보조금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언제까지 전기차 보급을 보조금에 의지할 수는 없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판매는 신차 부재로 인해 예년보다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내년엔 잇따른 신차 출시로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은 정부의 그린뉴딜 기조에 따라 장기적 목표로 설정된 만큼 1~2년 내 변화로 방향을 전환하기는 어렵다. 최대 다수에게 혜택을 고루 가져간다는 방침하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지속적으로 줄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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