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화재, 어떤 기업 많았나

입력 2020년10월1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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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8월 누적 화재만 2,439건

 최근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의 화재를 두고 원인 공방이 한창이다. 최초 발화점인 "배터리 셀"을 원인으로 추정했으나 자동차회사가 직접 설계한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의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현대차는 자발적 리콜에 착수, 글로벌에 판매한 7만 대의 BM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셀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 화재를 막겠다는 계산이다. 그럼에도 셀 사이의 전압 편차가 크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를 감지하면 수백 개의 셀로 구성한 배터리팩을 통째로 바꾼다는 계획도 내놨다.

 배터리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 역시 화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최근 소방청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내놓은 올해 1~8월 국내에서 발생한 자동차 화재는 모두 2,439건이다. 1건이라도 화재가 발생한 제조사는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지엠 등의 국내 5사와 함께 재규어, 랜드로버, 포드, 포르쉐, BMW, 벤츠, 아우디, 볼보, 혼다, 렉서스, 볼보트럭, 벤츠트럭 등이다. 1만대 당 화재는 평균 1.36건이며, 같은 기준으로 국산차는 0.69건인 반면 수입차는 2.11건이다.
 

 전체 화재 중 위험성이 높은 건 단연 화물차다. 2,425건을 상용과 승용으로 구분하면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173건이 상용이고 1,252건이 승용이다. 판매 및 등록대수를 고려할 때 화물차 화재가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실제 1,337건의 화재가 난 현대차의 경우 58%인 782대가 화물차다. 1만대 당 평균 화재건수 기준에 적용하면 전체 평균이 1.2건일 때 승용차는 0.5건에 머문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수입 승용차의 화재가 국산차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1~8월 발생한 1,252건의 승용차 화재 가운데 국산차는 1,125건이며 수입차는 140건이다. 국산차는 현대차 555건, 기아차 300건, 한국지엠 104건, 르노삼성 93건, 쌍용차 60건이다. 1만대 당 평균 화재 기준에 대입하면 현대차가 0.5건으로 가장 많고, 르노삼성이 0.46건, 기아차는 0.39건, 쌍용차는 0.36건, 한국지엠은 0.33건이다. 국산차 평균이 0.41건임을 감안할 때 현대차와 르노삼성의 화재 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다. 

 동일한 잣대로 수입 승용차를 분석하면 1만대 당 평균 화재는 0.64건으로 국산차 대비 평균숫자가 많다. 브랜드별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각각 1.86건과 1.20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포드와 포르쉐가 1.18건과 1.17건이었다. 반면 렉서스는 0.15건으로 가장 적다. 수입차업계는 공식 서비스센터가 아닌 외부 업체의 정비불량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보증수리기간이 지난 경우 일부 소비자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비공식 정비업체를 찾고, 이 때 미흡한 정비로 화재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수입 승용차 가운데 흥미로운 곳은 2년 전 디젤 화재로 몸살을 앓았던 BMW다. 이 회사는 1만대 당 평균 0.95건으로 "불나는 자동차 1위" 불명예에서 벗어났다. 문제 발생 후 신속하게 리콜을 시작했고 그 효과가 숫자로 나타난 셈이다. BMW코리아는 "지난 2018년 10만6,000대의 리콜 결정 후 전국 모든 서비스센터 업무시간을 늘려 6개월만에 98%를 수리한 점이 불명예 1위를 벗어난 요인인 것 같다"며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최근 코나 BEV 화재 리콜에 착수한 현대차가 BMW 리콜을 교훈 삼는다는 말도 들린다. 소비자 불안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센터 업무시간까지 연장하며 최단 시간 리콜을 이뤄낸 BMW의 사례를 코나 EV 화재 대응에 참고한다는 것. 그래야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고 판매 또한 회복할 수 있어서다.

 실제 BMW는 화재 당시 바닥을 찍었던 판매가 이미 되살아난 지 오래다. 올해만 해도 1~9월 누적판매는 4만1,773대로 지난해 동기(3만621대)와 비교해 38% 늘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벤츠 판매가 2.4% 줄었음을 감안하면 그 만큼 신뢰를 회복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이 소비자에게 어떤 진심을 보였느냐가 결국 신뢰도와 직결된다"고 말한다. 결국 현대차가 BMW를 반면교사로 삼는 데는 BMW의 조치가 선례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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