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폭의 할인 내걸어 소비자 관심 유도
-회복 넘어 수입차 대중화 위한 전략의 일환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15일 엔트리 세단 제타를 국내 공개하면서 동시에 10%가 넘는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었다. 소비자 가격은 프리미엄 2,700만~2,900만원 선이지만 여기에 트림별로 현금은 12%,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 프로그램 이용 시 최대 14%의 추가 할인을 적용해 2,300만원대부터 구입 가능한 것. 더불어 보증 기간은 5년/15만㎞를 제공하며 3년 서비스 플러스 쿠폰도 지급하기로 했다.
아반떼 가격으로 독일산 수입 세단을 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전계약 다음날 판매사에서는 구매 문의가 쏟아졌다. 한 판매사 직원은 "상담 및 계약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실물로 차를 보고 싶다는 소비자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 동호회에서는 제타와의 비교를 묻는 질문이 쇄도했고 직접 상품 구성을 비교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등 단번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폭스바겐의 파격할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에는 대형 SUV 투아렉을 최대 2,000만원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트림별로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까지 값을 낮췄고 특별 금융 혜택을 더해 자사 파이낸셜서비스 이용 시 7~8% 할인을 진행했다. 이 경우 3.0ℓ TDI 프리미엄은 6,900만원 대로 구매가 가능했다. 또 이달에는 전 라인업을 대상으로 차종에 따라 최대 17%까지 할인을 적용하면서 공격적인 판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례적인 할인 공세에는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회사의 중장기 비전이 한몫했다. 사실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시장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팔 차가 줄어들다 보니 저절로 판매도 주춤했고 그 사이 소비자가 선호하는 세그먼트가 바뀌고 이에 대응해 라이벌은 저마다의 신차를 쏟아냈다. 대표 해치백인 골프는 좀처럼 도로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판매에 중심이 되는 티구안은 비슷한 체급의 넓어진 선택지로 예전만큼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폭스바겐은 한국시장의 원활한 사업 유지를 위해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차를 깔아야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차가 시장에서 굴러가야 영업이든 서비스든 부가적인 사업도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는 기초 경제 이론에 철저히 집중한 전략이다.
게다가 큰 폭의 할인은 대부분 자사 파이낸셜을 통해서 이뤄지는 만큼 부담도 덜 수 있다. 폭스바겐 차를 팔면서 본인들의 금융회사를 이용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판매량도 높이고 이자 수익도 남길 수 있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소비자 입장으로서는 좋은 기회가 분명하다. 단순히 가격만 낮춘 게 아니라 보증기간 연장과 같은 유지 관리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부담이 줄어든 만큼 단기간 차를 소유하고 싶거나 그동안 수입차를 타고 싶었던 소비자들도 환영할 일이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브랜드 경험을 적극 유도해 시장 주력이 되고 싶어 하는 폭스바겐의 도전이 결실을 맺을지 유심히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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