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vs 사람, 누구 운전이 안전한가

입력 2020년11월02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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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슈머리포트, 사람 운전 개입 가능성 늘 열어야 안전

 흔히 운전자 지원 기능으로 불리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t System)"는 말 그대로 운전 역할을 자동차가 일부 대신하는 기능이다. 일정 구간에서 차선을 넘지 않되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복잡한 도로에선 잦은 페달 작동의 불편함을 덜어줘 편리하다. 따라서 ADAS는 "자율주행"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점에 빗대 "부분 자율주행" 기능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통칭하는 용어는 같을지라도 실제 기능의 완성도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게 일반적이다. 사람마다 "인식-판단-제어" 능력이 다른 것처럼 제조사 또한 기술력 및 방향성에 따라 기능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르는 이름도 슈퍼 크루즈, 스마트 센스, 오토파일럿, 프리 센스, 아이사이트, 파일럿 어시스트, 액티브 세이프,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 세이프티 센스, 드라이버 컨피던스, 인컨트롤, 액티브 센스 등으로 천차만별이다. 같은 아파트라도 건설사마다 아파트에 이름 짓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그럼 어떤 회사의 ADAS가 지능적으로 가장 앞서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여러 가지 기준을 정하고 시험을 진행했다. 100점 기준으로 1위는 캐딜락의 슈퍼 크루즈(69점), 2위는 테슬라 오토파일럿(57점), 3위는 링컨/포드의 코-파일럿 360(52점), 4위는 아우디 프리 센스(48점), 5위는 현대차 스마트 센스 및 기아차 드라이브 와이즈(46점)가 비교적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흥미로운 대목은 시험 항목별 결과다. 먼저 컨슈머리포트는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할 때 차선을 잘 벗어나지 않는지, 그리고 앞 차와 거리를 두며 안전하게 주행하는 지를 평가했다. 이른바 "기능과 성능" 항목인데 여기에선 테슬라 오토파일럿이 10점 만점에 9점을 얻어 1위에 올랐고 캐딜락 슈퍼 크루즈는 8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현대차는 5점으로 토요타와 같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중이라도 운전자가 언제든 개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는 기능에선 캐딜락 슈퍼크루즈에 7점을 매겨 1위로 평가했고 현대차도 혼다, 링컨, 토요타, 스바루 등과 함께 4점으로 공동 2위에 올렸다. 반면 테슬라는 3점에 그쳐 하위권에 머물렀다. 비록 자동차 스스로 주행해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안전이라고 여긴 결과다. 실제 컨슈머리포트는 "제 아무리 자동차가 운전을 잘해도 지속적으로 운전자를 모니터링하고 위험 요소가 발견되면 사람이 즉시 개입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때 안전성이 확보된다"는 설명을 내놨다. 비슷한 항목으로 컨슈머리포트는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다 위험한 도로라고 판단해 사람에게 운전을 건네주는 기능도 시험했는데 여기서도 캐딜락의 슈퍼크루즈가 8점으로 1위에 올랐고 현대차를 비롯한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회사는 4점을 얻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볼보, 랜드로버, 벤츠 등과 함께 2점에 머물렀다. 1차적으로 자동차 지능이 높을수록 ADAS 기능 또한 뛰어나겠지만 결국 언제든 사람 운전자의 개입이 가능한 통로를 많이 열어두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운전하다 만약 사람이 잠들었을 경우는 어떨까? 컨슈머리포트는 자동차가 위험성을 인식해 스스로 운전을 포기하고 사람에게 운전을 건네받으라고 신호를 보냈음에도 응답이 없을 때 제조사마다 설정한 기능을 파악했다. 여기서 핵심은 운전자 반응이 없을 때 자동차 스스로 얼마나 안전하게 방향과 속도 등을 제어하느냐가 관건이다. 그 결과 대부분 속도를 줄여 멈추게 하거나 텔레매틱스 등으로 위급 상황을 알리도록 설계됐지만 안전하게 갓길에 정차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2차 사고의 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경고를 보낼 때 소리를 활용하지 않는 자동차는 안전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 항목에서도 캐딜락의 슈퍼 크루즈가 9점으로 1위에 올랐고 닛산의 프로 파일럿 어시스트가 7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테슬라는 6점으로 공동 3위를 기록했고 현대차는 4점에 머물렀다. 

 이런 종합적인 결과를 토대로 컨슈머리포트는 모든 제조사가 ADAS 기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각 사마다 중점을 두는 방향이 조금씩 다른 만큼 소비자도 해당 기능의 한계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시험을 맡은 켈리 펑크하우저 책임자는 "자동차회사의 ADAS가 고도화될수록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그럴수록 운전자를 모니터링하는 능력도 높아져야 한다"며 "자율주행에서 "안전"이란 자동차와 사람 운전자가 수시로 운전을 건네받아야 확보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아직 완벽한 자율주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ADAS를 지나치게 맹신하지 말라는 경고와 다름 없는 것인데, 인식된 장애물 등을 회피하는 것은 자동차가 우월할 수 있어도 위험을 인지한 순간 인간이 떠올리는 다양한 회피 방법은 자동차가 아직 따라올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아직은 자율주행을 지나치게 믿지 말라는 중요한 경고를 보내는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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