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인, EV 보조금 "Made in USA"에만 지급키로
미국 내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생산에 집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로 선출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환경에 관심을 보이며 보조금을 통한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물론 이전에도 일부 주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제공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하자 미국 내 자동차기업들은 만들어 팔아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바마 규제로의 회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오바마 정부가 도입했던 탄소 배출 규제를 완화했다. 2025년까지 미국 내 자동차 평균효율을 ℓ당 23.2㎞로 높이는 규제이고, 제조사가 이를 맞추지 못하면 일정 기준거리에 따라 14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페널티 금액을 5.6달러로 낮췄다. 평균효율도 2026년까지 ℓ당 17.2㎞로 완화했다. 오바마 정부가 설정한 ℓ당 23.2㎞에서 무려 ℓ당 6㎞를 줄였다. 덕분에 미국 자동차업계는 연간 10억 달러의 규제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가 되면서 미국 내 자동차업계는 페널티가 다시 14달러로 오르고 오바마 정부가 도입했던 효율도 ℓ당 23.2㎞로 환원된다는 전제 하에 다시 전기차에 주목하고 있다. 제조사가 페널티를 내지 않기 위해 전기차 생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미국 생산에만 보조금 지급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이든 당선자가 내세우는 전기차 전환전략에 있어 보조금 지급대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꿀 때 보조금을 주되 "미국 내 생산차종(Made in USA)"에 한정키로 했다. 게다가 전기차 부품비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USMAC"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USMCA는 미국-캐나다-멕시코 사이의 무역협정이지만 한 마디로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 부품의 미국 내 조달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즉 미국에서 생산한 부품으로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만들고, 미국 소비자가 내연기관을 전기차로 바꿀 때 보조금을 준다는 뜻이다. 보조금 자체가 미국인들의 세금인 만큼 사용목적을 뚜렷히 명시한 셈이다.
▲기업의 현실, 정부의 전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반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만든 쉐보레 볼트 전기차를 한국에서 판매하면 보조금을 받는 불공정이 발생한다. 이런 불균형에 대해 한국 정부가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미국 또한 친환경 전환으로 일자리를 지키고 늘려야 하는 입장이라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반영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따라서 공정과 형평성을 기준한다면 한국 또한 미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현재 기준으로 하면 볼트, 테슬라 등에 보조금 자체를 지급하지 않아야 한다.
고민은 한국 내 전기차시장보다 미국시장의 규모가 월등히 크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 내 전기차시장이 커질 때 현대·기아차 등 국내 기업의 판단에 시선이 쏠린다.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보내거나 아니면 미국 앨라배마 또는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해 현지 판매하는 지를 정해야 해서다. 한국에서 만들어 보내면 홀로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하므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미국에서 생산하면 국내 공장의 일자리가 그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한국 정부에도 부담이다.
▲친환경차 무역, 예외로 가야
전문가들은 새롭게 구성될 미국 정부로부터 한국이 예외로 인정받는 게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배제하지 않도록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선 보호장벽을 높인 트럼프의 전략이 옳았다고 여기고 있어서다. 동맹과 가치, 환경 등의 대외적인 명분은 분명 트럼프와 선을 긋지만 기업의 일자리는 미국 내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게다가 이를 위해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이어서 협상의 틈새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생산이 늘어날 한국산 전기차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시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