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투입으로 다른 나라 환경 개선
-의무 보유 기간 연장 방안 고민해야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 58조 ⑤항에 따르면 배터리 전기차는 등록이 말소될 때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수출할 경우는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도 있다. 이에 따라 올해 7월까지 배터리가 반납되지 않고 전기 완성차로 수출된 물량은 모두 38대다(무역협회 통계). 숫자는 적어 보이지만 수출 증가율로 보면 단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서 보조금 논란이 비롯된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전기차에 국가 및 자치단체가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내 배출가스 감소 명분이다. 하지만 보조금이 지급된 중고 전기차가 수출돼 운행되면 수입한 국가의 대기질 개선에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이 경우 보조금은 대한민국 세금이 투입되고 환경개선 효과는 다른 나라가 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중고 전기차에서 배터리만 떼어내고 수출한다는 것 자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터리를 분리하는 순간 자동차가 아니라 그냥 고철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국민 세금이 투입됐다는 점을 근거로 중고 전기차의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 중고 전기차의 수출을 막으면 국내에서 전량 유통 경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소비자들의 중고 전기차 선호도가 낮아 오히려 운행되지 않는 중고 전기차만 쌓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 배터리 재사용 및 재처리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해외로 세금이 유출되는 것을 마냥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방안이 의무 보유 기간 연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구매하면 의무적으로 2년 동안 운행해야 한다. 그 이후 최초 구매자는 중고 전기차로 시장에 매각할 수 있는데 다행히 누군가 해당 중고차를 구입, 운행하면 보조금 지원 명분과 대기환경 개선의 효과를 모두 볼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물량에 비해 중고 전기차 구입자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기존 보유자의 의무 운행 기간을 늘려 세금의 해외 유출 방지와 동시에 국내 운행거리 확장으로 배출가스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서 고민은 의무 보유 기간을 늘렸을 때 혹여 소비자들의 새 차 구입 욕구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보급 목표 대수를 해마다 늘려가는 마당에 되팔 수 없는 기간을 늘리는 것 자체가 새 차 구매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운행할수록 배터리에 담을 수 있는 전력량 감소로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줄고 점진적으로 전력 요금도 올라 경제성이 떨어지는 마당에 되팔고 싶을 때 팔지 못한다면 굳이 전기 새 차를 구매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2년인 의무 보유 기간을 5년으로 당장 늘리자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3년, 4년, 5년으로 확대하거나 보조금 지급 금액에 따라 의무 보유 기간을 차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전기차 보조금 기준으로 삼는 배터리 용량 및 효율과도 연동돼 정책적 효과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한 마디로 고효율 전기차일수록 보조금이 많이 지원되고 이들 제품의 국내 운행 거리가 많을수록 내연기관 대체 효과도 커지는 만큼 보조금과 의무 보유 기간을 연동하자는 대안이다. 이 경우 수출용 중고 전기차로 유출되는 세금 또한 최대한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아직은 정책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전기차 의무 보유 기간 연장은 실험적으로 충분히 도입할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환경 개선과 세금 유출 방지, 그리고 전기차 기술 개발 촉진까지 해야 한다면 보유 기간 연장이 일정 부분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다. 의무 보유 기간을 연장하면 정말 새 차로 전기차를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까?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