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내연기관의 세금 반란이 시작되다

입력 2020년12월1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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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차, 도로이용세 부과해야

 친환경차도 예외 없이 도로를 이용하는 만큼 도로세금을 부담하는 게 타당할까? 아니면 환경개선 효과를 우선해 세금은 내지 않는 게 적합할까? 내연기관 연료에 유류세를 부과하는 각 국이 유류세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본격적인 친환경차 도로세 도입을 검토하자 불거져 나오는 갈등이다. 

 대표적인 국가는 호주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최근 친환경차에 도로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질 개선과 별도로 친환경차 또한 도로를 이용하고 이들 도로의 건설 및 유지비용을 휘발유와 경유의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도로이용 부담은 내연기관이든 친환경차든 공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를 위해 주 정부가 제시한 세금은 ㎞당 2.5센트, 우리 돈으로 20원 정도다. 연간 1만5,000㎞의 도로를 이용한다면 30만원이고 전기와 기름을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는 ㎞당 2.0센트로 연간 24만원의 도로세를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기름 사용으로 이미 유류세를 부담하는 만큼 순수 전기차에 비해 도로세는 적은 셈이다. 

 그렇다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유류세는 얼마나 될까? 기름 종류와 무관하게 호주 내 수송 부문에 사용되는 유류세는 ℓ당 42.3센트, 한화로 약 342원이다. ℓ당 10㎞를 주행하는 자동차라면 연간 부담하는 세금이 51만원에 달한다. 순수 전기차의 도로세와 비교하면 약 20만원 정도 더 내는 것인데 이 돈은 일종의 환경오염세로 인식되는 셈이다. 따라서 주 정부는 친환경 여부와 관계 없이 모두가 사용하는 공공재로서 도로는 이용료가 필요하고 친환경차는 환경오염 측면만 감안돼 세금이 없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호주에서 시작됐지만 비슷한 논란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9년 기준 국내에 누적된 친환경차는 60만대를 넘는다. 여기서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등을 말하는데 기본적으로 유류 사용량이 적거나 아예 없는 자동차다. 당장은 숫자가 적어 문제가 없지만 정부의 목표대로 친환경차 보급이 100만대, 200만대에 달할 경우 실질적인 유류세 감소는 불가피하다.

 물론 아직까지 유류세 문제가 없는 이유는 자동차 등록대수 확대로 유류세가 보전됐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 코나 HEV와 BEV, 휘발유 차종을 연간 1만3,000㎞ 정도 운행할 때 HEV는 27만원, 휘발유는 41만원 가량의 유류세를 부담하지만 BEV는 유류세 부담이 없다. 따라서 HEV와 BEV가 늘어날수록 유류세가 줄어드는 구조지만 등록대수만 보면 휘발유와 경유차의 등록이 훨씬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국내에 등록된 휘발유차는 모두 1,062만대였지만 이듬해는 1,096만대로 34만대 늘었고 경유차도 967만대에서 992만대로 35만대가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는 31만대에서 40만대로 9만대가 증가했고 전기차는 2만5,000대에서 3만대가 늘어난 5만5,000대에 머물렀다. 결국 내연기관차 등록이 70만대 가까이 늘어 유류세 부족은 겪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누적된 친환경차 숫자가 100만대를 넘기고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이 정체되면 유류세 문제는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아직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그린 모빌리티로 빠르게 전환하는 게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여서다. 하지만 호주와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서서히 도로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대기질 개선을 위해 경유세를 올리자는 제안에도 국민적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른다는 점에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물론 이동 수단과 연료의 세금에 관한 것은 전 국민의 관심이자 저항 또한 만만치 않지만 해야 한다면 이미 제기된 경유세 인상과 연동시켜 장기적으로 논의하는 게 오히려 정책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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