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충전 잦아지는 겨울 전기차

입력 2020년12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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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온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보조금 비중 늘려야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테슬라 모델3가 겨울철 짧아지는 주행거리로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미국 전기차 매체 "인사이드"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3 스탠더드의 저온 주행거리가 다른 계절 대비 절반에 머물러서다. 상온에선 한번 충전으로 최장 468㎞를 가지만 저온에선 241㎞에 머문다는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이를 두고 해당 매체는 테슬라가 LFP 배터리를 충분히 시험하지 못해 벌어진 일로 분석했다. 같은 차종 다른 버전은 2년의 시험을 진행한 반면 CATL의 LFP 배터리는 시험 기간이 1년 남짓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중국 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지난달부터 유럽에 수출된 제품도 동일 모델이어서 문제 제기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겨울 저온일 때 배터리 축전량 떨어져
  사실 전기차 이용자에게 겨울은 가장 싫은 계절이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배터리의 활동성이 떨어져 축전량도 적어지는 탓이다. 내연기관 연료탱크는 온도와 무관하게 기름을 가득 채우지만 배터리는 저온일수록 담을 수 있는 전력량이 적어 주행거리도 짧아진다. 물론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는 난방 때문이다. 영하의 날씨에 세워 둔 전기차 실내 온도를 빠르게 높이려면 전기식 난방을 작동시켜야 하는데 이때 배터리 전력을 사용한다. 초창기 등장한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전력의 무려 40%가 난방에 사용됐을 만큼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냉기 가득한 차 안의 온도를 빠르게 높일수록 전기 소모량도 많았던 탓이다. 

 문제 해결로 등장한 것이 "히트펌프 시스템"이다. 지난 2014년 기아차 쏘울 EV에 처음 장착된 "히트 펌프"는 별도의 히터 없이 전기차 부품인 인버터, 구동 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해 난방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한온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외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도 난방이 가동되는데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 전력은 구동에 사용한다. 전기 히터 방식보다 주행거리는 13%, 소비 전력은 40.7%까지 줄였다. 

 히트펌프 공조 장치의 원리는 이렇다. 외부 기온이 높으면 냉매의 저온부를 냉방용으로 사용하고 외기온이 낮으면 냉매의 고온부를 난방으로 사용한다. 얼핏 생각하면 냉매의 흐름 방향만 바꾼 간단한 원리지만 냉매와 외부 온도의 급격한 차이로 열교환기에는 수시로 물이 맺히고 겨울에는 얼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히트펌프 시스템’의 핵심은 동결의 문제점을 해결한 데 있다. 물론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에 ‘히트펌프 시스템’이 탑재된 것은 아니다. 일부 수입차는 여전히 전기 히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차일수록 겨울철 주행거리가 더 많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에너지효율 높일수록 보조금 많아야
 사실 자동차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어떻게든 회수해 사용하려는 움직임은 전기차 난방 뿐 아니라 곳곳에서 활발하다.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때 회전하는 바퀴에서 전력을 얻어 배터리에 충전하는 회생제동시스템도 있고, 일정 속도로 주행할 때 관성력을 이용하기 위해 변속 레버를 잠깐이라도 "중립(N)"에 넣는 기능도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동력의 종류를 떠나 효율을 높이려는 이런 노력은 자동차 등장 이후 일관되게 지속돼 왔다. 그래야만 기업의 생존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도 이제 겨울철 주행거리에 초점을 맞추자는 얘기가 나온다. 기후변화에 따라 계절별 기온 차이가 심해진다는 점에서 1회 충전 후 주행거리의 보조금 기준을 1회 충전 후 저온 주행거리로 차등하자는 뜻이다. 악조건을 극복하는 게 기술이고 보조금에는 일종의 기술개발 촉진 명분도 담겼으니 말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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