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기술은 경쟁 유통은 독점

입력 2020년12월30일 00시00분 오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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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방식 등장, 누가 선점할까

 배터리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다. 배터리에 많은 전력을 담으면 된다. 대신 무게가 늘어나 "㎾h/㎞"로 표시되는 효율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작은 배터리에 많은 전기를 담는 방법이 끊임없이 연구되는 중이다.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는 일명 전고체 배터리부터 양극과 음극의 새로운 소재를 찾으려는 노력, 나아가 배터리 셀의 모양과 구조를 변경하거나 셀의 연결 및 적재 방식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개발 경쟁은 전기차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앞선 노력들이 배터리 자체의 제품력 향상을 위한 움직이라면 또 다른 한편에선 충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 초기에는 당연히 콘센트에 케이블을 꽂아 외부 전력을 배터리에 넣되 방식이 달라 혼선이 잠시 벌어졌다. 하지만 한국은 차데모와 콤보로 구분되는 모든 방식의 활용이 가능한 복합충전기를 설치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럼에도 충전은 여전히 불편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필요할 때 5분이면 어디든 들어가서 기름을 채우는 내연기관과 달리 급속 충전이라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탓이다. 그래서 생각한 방식이 운행하지 않을 때 충전하는 아이디어다. 어차피 운행보다 주차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멈춰 있는 동안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모든 주차 공간에 충전 케이블이 없어 지정 공간을 찾아다니는 게 불편했다. 

 그러자 아이디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배터리를 통째로 바꾸자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누군가 충전을 해놓고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전제는 배터리 표준화 및 공동 사용이다. 동일한 배터리를 적용한 차종이 많아야 교체 사업자도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은 다시 둘로 갈라진다. 첫 번째는 한 곳의 제조사가 내놓는 모든 차종의 배터리를 표준화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혼다는 범용 제품과 바이크,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표준화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이른바 모바일 배터리인데 혼다가 곳곳에 구축한 배터리 저장소에 들러 소비자가 직접 팩을 교환하면 된다. 쓰던 팩은 저장소에 넣고 충전된 팩을 이동 수단에 꽂으면 된다. 마치 건전지를 교환하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국가가 배터리팩을 표준화하는 방식인데 대표적으로 중국이 그렇다. 오는 2030년까지 10가지 용량의 배터리를 자동차에 표준화해서 모든 차종 간 배터리 호환을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벤츠 S클래스 전기차 배터리를 포르쉐도 쓸 수 있고, 출고 때 탑재된 현대차 배터리는 베이징차를 출고한 사람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와 차체의 분리 판매를 통해 더 많은 전기차 확산이 이뤄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충전 로봇을 투입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주차 후 충전을 요청하면 배터리에 전력을 담은 로봇이 번호판을 인식해 주차된 전기차에 충전해주는 방식이다. 한국은 제주도에서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며 폭스바겐은 최근 충전 로봇의 컨셉트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충전의 불편 인식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의지다. 물론 충전 로봇의 개념은 이미 자동차로도 확대됐다. 실제 모비스의 양방향 충전기는 자동차의 유휴 전력을 다른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데 전기차에서 전기차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국내도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제도가 있어 사업은 가능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제도 탓에 활성화는 아직 멀리 있다.

 이런 면들을 종합할 때 전기차 시대에 정부가 고민할 과제는 다양한 전력 유통이다. 한전에서 전기를 구입하거나 개인이 전기를 만든 뒤 손쉽게 되팔 수 있어야 하지만 거래 시장이 독점이어서 쉽지 않다. 심지어 가정에서 운동하며 만든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것도 아직은 이뤄지지 않으니 말이다. 배터리 및 충전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그 안에 담는 전력의 거래는 여전히 시대에 뒤처져 아쉬울 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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