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2021년, 모빌리티 분기점 될까

입력 2020년12월3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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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뛰어든 모빌리티 경쟁, 본격화는 이제부터

 A에서 B까지 "탈 것"을 활용해 이동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는 이동 수단이며 또 다른 항목은 흔히 운전자로 불리는 이동 수단의 조종자다. 여기서 운전은 이동이 필요한 사람이 직접 할 수도 있고 누군가 해주기도 한다. 전자를 자가 이동으로 여긴다면 후자는 택시, 버스 등의 대중교통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해당 산업은 지금까지 각각의 영역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때로는 새로운 이동 수단의 등장이 또 다른 이동 경쟁을 만든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이동을 원하는 주체의 구분이다. 사람 이동이 목적이면 여객, 물건 운송이 주력이면 화물로 분류하는데 둘 모두 기본적으로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조업은 언제나 산업의 중심에서 번성해 왔다. 이동 수단의 종류에 따라 이동 서비스와 방식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던 탓이다. 덕분에 대표적인 이동 수단으로 꼽히는 자동차는 핵심 산업으로 평가되며 언제나 육성 및 보호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이동 방식이 조명 받고 있다. 이동 수단에 집중되던 관심들이 "어떻게 이동시킬 수 있을까"로 조금씩 바뀌자 플랫폼 기반 IT 기업에게 틈새가 보였던 것이다.  이동이 필요한 사람과 이동 서비스 공급자를 플랫폼으로 연결하며 시선은 오로지 이용자에 맞췄다. 덕분에 편리함을 체험한 수 많은 이용자가 플랫폼 속에 모아지자 이제는 이용자의 구매력을 앞세워 이동 서비스의 주도권에 도전하는 중이다. 유상운송 사업을 벌이는 공급자와 이용자를 연결해 이동을 지배하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IT 기업도 새로운 이동 수단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이용자는 기능과 목적에 맞는 혁신적인 이동을 원하지만 서비스 공급자가 운용하는 이동 수단의 형태가 다르지 않아 차별화를 끌어내기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제조는 규모의 경쟁을 벌여야 생존이 가능한 업종이어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데다 내연기관이라는 기술 장벽도 있어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됐다. 

 그러자 이동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제조사들이 이번에는 반대로 이동 서비스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을 연구했고 경쟁을 위해 앞다퉈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 만들어 판매하는 이동 수단의 동력을 바꾸고 소유자 정보를 파악해 또 다른 이용자를 연결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연간 판매되는 자동차의 숫자를 고려할 때 일정 시간이 지나면 IT 기업 못지 않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M&A 등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럼 IT 기업은 가만히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들 또한 호시탐탐 자신들의 이동 서비스에 투입 가능한 새로운 이동 수단의 직접 제조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특히 대표적인 진입 장벽으로 분류되던 동력발생장치가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바뀌기 시작하자 전혀 다른 시각에서 이동 산업을 바라보고 있다. 이동 수단의 지능화 속도를 고려할 때 고수익 가능성 및 모바일 기기와의 연결성도 높은 만큼 이동 수단 직접 제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시선이 집중됐던 애플카 등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동 서비스 시장에 에너지기업도 관심이 크다는 사실이다. 이동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에 이들의 미래 생존이 걸려 있어서다. 실제 이동 수단의 동력으로 사용되는 에너지는 휘발유, 경유, LPG, 천연가스 외에 배터리 전기 및 수소 등이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 기업은 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추는 일에 매진함과 동시에 같은 에너지기업 간 점유율 빼앗기에 적극적인데 최근 수송 부문에서 SK가스의 행보가 그렇다. 이들이 모빌리티를 주목한 이유는 국내 수송 부문에서 LPG 에너지의 점유율을 늘리는 게 목적이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이동은 그 어떤 분야보다 미래 생활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중요 산업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이동 수단 제조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이동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를 다양한 방법으로 충족시켜야 하고 이 과정에서 동력원(에너지), 그리고 동력발생장치 및 지능의 고도화 등이 수반된다. 그리고 IT 기업은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가 이동 과정에서 불편함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묘하게도 이들이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본격 경쟁의 서막은 2021년이다. SKT와 우버가 손잡고 시장의 새로운 공룡으로 참여하게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동 수단 제조 기업의 행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투자 단계였다면 2021년은 수확과 성장 시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어서다. 그래서 신축년의 모빌리티 전망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다양한 산업적 융합이 기대될 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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