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와 렌탈의 결합 서비스 등장
기아 플렉스, 현대 셀렉션, 제네시스 스펙트럼.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일정 기간 자동차를 빌려주는 구독 서비스 브랜드다. 말이 구독일 뿐 실상은 렌탈이나 다름 없다. 기존 렌탈과 차이는 계약 기간 내에 차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세단을 타다가 가끔 승합차를 이용할 수 있고 스포츠세단을 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 차종을 최소 1년 단위로 빌려주는 게 장기 렌탈이고 시간 단위로 사용하는 것이 카셰어링으로 포장(?)된 초단기 렌탈이라면 구독 서비스는 최소 2~6개월의 차종 변경 단기 렌탈이다. 물론 기간은 늘릴 수 있고 이용료는 월 단위로 납부한다.
이런 이유로 구독 서비스는 최근 제조사 직접 대여와 앱 기반 플랫폼 기업의 렌탈 운용으로 나눠지고 있다. 제조사 구독 서비스는 여러 차종을 묶어 직접 빌려주는 형태지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기반 플랫폼 기업은 자동차를 빌려 플랫폼운송면허사업을 펼친다. 특히 주중 출퇴근과 주말 유상운송을 결합시킨 구독 서비스 등을 선보이는데, 평일 기사가 운전해주는 차를 이용해 출근하고 이동이 끝나면 기사가 해당 차를 가지고 돈 받고 사람 태워주는 유상운송에 나서는 방식이다. 여기서 수익이 발생하면 월 이용료가 하락한다. 한 마디로 주력 이용자가 기본 이용료를 내도록 하고 남는 시간에 유상운송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는 구조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 쏘카가 선보였던 "제로카셰어링"이 꼽힌다. 1년 동안 차를 빌리되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하면 렌탈료가 낮아지는 방식이었다. 다만 최근 서비스와 차이는 운전의 주체가 다를 뿐이다. 제로카셰어링은 운전자와 빌리는 사람이 동일한 반면 플랫폼운송면허사업은 운전자가 별도로 존재한다.
그런데 제로카셰어링은 사업이 성숙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빌리는 사람이 차를 험하게 이용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문제로 주력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던 탓이다. 게다가 개별 주차장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져 잠깐 동안 빌리려는 사람도 적었다. 이 점을 주목한 플랫폼면허사업자들은 "타다"와 같은 "기사 알선"을 선택했다. 이 경우 자동차 관리는 물론 24시간 운행도 가능해 별도 주차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관리가 된다는 점에서 이용료는 오르지만 프리미엄 고급차를 제공해 가치(?)를 높였다. 가격을 고려할 때 중저가 차종에 기사를 두고 이용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자기 이동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될까? 예약제를 활용하면 충분히 대처가 된다. 여러 대를 운용하는 만큼 호출하면 가장 가까운 차가 택시처럼 찾아온다. 그럼에도 차가 멀리 있어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여기서 이동의 즉시성 논란이 시작된다. 급히 나가야 하는데 호출 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 이용자가 얼마 동안 기다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게 보면 "구독"으로 명명된 렌탈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전제된다. 첫째는 "어떤 이동 수단을 활용하느냐(고급차와 대중차)"이고 두 번째는 "누가 운전할 것인가"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며 각각의 항목은 요금을 결정짓는 요인이기도 하다.
셋 가운데 가장 다루기 어려운 조건이 "시간"이다. 차가 비싸면 요금도 오르고 운전자 인건비도 이용료에 손쉽게 반영되지만 시간은 그렇지 못하다. 시간은 비용과도 직결되지만 본질적인 불편 요소에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굳이 자가용을 주차장에 세워두는 사람의 심리에는 "내 것" 외에 "필요할 때 언제든"이라는 목적도 담겨 있다는 의미다. 이때는 구독 사업자가 운행대수를 늘리는 방법 외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지만 어쩌다 발생하는 리스크를 위해 꽤 많은 비용을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구독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이용자의 생각 전환은 물론 이용 패턴도 달라져야 한다. 자동차를 바라볼 때 굳이 "내 것"이 아니라 "그냥 이동하는 탈 것"으로 여길 때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용 또한 "예약"이 일상화 돼야 한다.
최근 장기 렌탈의 폭발적 성장을 보며 빌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다고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 이동 수단만 빌렸을 뿐 이용은 독점적 형태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생각의 전환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빌리는 것이 점차 익숙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구독 서비스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기대를 거는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