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초소형 전기차기업의 하소연

입력 2021년01월17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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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 전기차 제조사, 배터리 없어 난감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소재-전지(cell)-모듈(Module)-팩(pack)"의 단계를 거친다. 여기에 수많은 기업이 각 부문별로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 세계 곳곳의 광산에서 니켈, 코발트, 망간, 인산, 철, 알루미늄 및 리튬 등을 캐내거나 추출하고 배터리 안에서 전기가 잘 흐르도록 전해물질 성분 개선에 치중한다. 이들이 모여 흔히 말하는 전지, 즉 셀(Cell)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셀은 여러 개가 하나로 묶이는 모듈이 되고 이들이 쌓여 팩이 된다. 

 그렇다면 "소재-셀-모듈-팩-BEV"로 구성된 가치 사슬에서 가장 힘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 당연히 어느 하나만 없어도 사슬고리는 끊어지기 마련이지만 현재로선 셀이다. 소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물질로 대체할 수 있지만 셀이 없으면 모듈, 팩, 전기차는 불가능하다. 일찌감치 배터리기업들이 셀 제조에 집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셀이 제아무리 좋아도 팔 곳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여기선 구입하는 물량 규모 자체가 많은 자동차회사가 절대 강자다. 

 그런데 최근 셀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 수요는 넘치는 반면 공급이 부족해서다. 자동차회사들이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배출가스 규제 충족을 위해 전기차를 쏟아내면서 수요가 폭증하는 탓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오는 2022년부터 배터리 부족 현상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급 부족 현상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 초소형 전기차 제조사들이 셀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이들은 용량이 적은 배터리를 탑재하는 만큼 필요한 셀 물량도 적어 공급에서 우선 배제된다는 게 관련 업계의 하소연이다. 실제 국내 셀 제조사들이 최근 부족한 물량의 공급 조절을 위해 최소 주문 수량을 연간 100만개로 정했다는 소문은 현실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자 초소형, 특히 화물 전기차의 보조금이 512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증액된 사실에 기대를 가졌던 소규모 제작사들은 한숨만 내쉬는 상황이다. 

 물론 셀을 공급하는 배터리기업도 할 말은 있다. 향후 거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거대 완성차회사들의 대량 주문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형 구매처는 연간 공급량이 정해지는데 반해 초소형 전기차 제작사는 필요할 때만 조금씩 사가는 형태여서 공급량 예측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초소형 전기차 기업의 한 관계자는 소규모 제작사들의 셀 공동 구매를 떠올리기도 했다. 개별 기업의 구매 물량은 적지만 여러 기업이 동일한 셀을 사용해 각자 필요한 배터리팩을 만들면 그만큼 구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급가를 낮출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물론 공동 구매를 진행해도 최소 물량에 도달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공급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점차 수요가 늘어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셈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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