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가 결정, 플랫폼 사업자 인상 압박
일반적으로 자치단체에서 운행되는 택시요금은 해당 자치단체가 결정한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배기량 1,600㏄ 이상의 승차정원 5인 이하 일반택시를 기준으로 2㎞까지 3,800원의 기본요금에 132m 및 31초당 100원의 요금이 더해진다. 심야는 4,600원의 기본요금에 거리 및 시간은 120원으로 주간보다 비싸다. 그리고 이동 속도가 15.33㎞/h 미만일 때는 시간 및 거리요금이 동시에 오른다. 그리고 일반택시보다 한 단계 상위 서비스 개념의 배기량 1,900㏄ 이상의 모범 및 배기량 2,000㏄ 이상의 13인승 이하 대형승용은 3㎞ 기본요금 6,500원에 시간 및 거리요금은 36초와 151m일 때 200원이다.
그런데 모범택시를 넘어 배기량 2,800㏄ 이상의 고급 승용택시로 가면 요금은 사업자 스스로 정하기에 천차만별이다. 카카오블랙은 타자마자 기본요금 6,000원을 시작으로 71.4m를 갈 때마다 그리고 15초가 지날 때마다 100원씩 요금을 부과한다. 또한 탄력요금제 적용에 따라 수요가 많을 때는 최대 4배까지 요금을 높이기도 한다. 같은 고급택시로 분류되는 우버블랙은 기본요금 8,000원에 카카오블랙과 같은 시간 및 거리 요금을 적용한다. VCNC가 운영하는 고급택시 타다 플러스는 기본 2㎞까지 5,000원을 받고 100m당 122원, 30초당 154원을 받는다. 시간과 거리가 동시 병산되는 속도는 15㎞/h 미만이다. 이들 고급택시에서 플랫폼 제공기업은 요금에서 일정의 수수료를 수익으로 가져간다.
가맹 형태로 운영되는 대형승합택시 요금도 사업자가 정할 수 있다. 길에서 쉽게 보이는 카니발 또는 스타렉스 차종으로 운행되는 택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벤티는 1.5㎞ 기본 거리에 4,000원을 부과하며 123m당, 그리고 40초당 100원씩을 추가한다. 수요가 많을 때는 사업자가 최대 2배의 요금을 적용할 수도 있다. 택시사업자가 운행하는 가맹택시 아이엠은 2㎞ 기본 요금 4,500원에 101m당, 그리고 24초당 100원이다. 이외 임산부를 위한 아이맘택시는 한번 이용할 때 6,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용요금일 뿐 별도 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또 있다. 유모차, 카시트, 자전거 적재 등을 원할 때는 별도 서비스 비용을 내야 한다.
이처럼 택시를 등급 및 기능별로 요금까지 세분화한 이유는 이용자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그간 자치단체가 요금을 일률적으로 정해온 탓에 택시 기사들의 수익 또한 증가하지 않아 서비스 개선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일반택시 요금은 자치단체 결정권을 유지하되 고급 서비스는 사업자가 요금을 정하도록 이원화했다. 그럼에도 이용자의 대부분은 여전히 일반택시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자치단체는 요금 자체가 물가와 연동되고 이용자의 저항도 커서 최대한 인상을 억제해 왔다. 특히 요금인상이 이용자의 서비스 만족도와 연결되지 않았던 만큼 자치단체장 입장에선 택시업계 표심을 잡으려다 숫자가 월등히 많은 유권자들의 표심만 잃을 수 있어 요금인상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그러자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이 집중된, 하지만 요금 결정권은 자치단체에 있는 일반택시에서 이익 내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중 하나가 앱으로 택시를 부를 때 빨리 오게 하려면 추가 호출료를 내는 방식이다. 최대 3,000원까지 낼 때도 있으며 기사도 원하는 목적지를 가려면 호출 사업자에게 일정 비용을 회비로 납부한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도입한 기사 유료 회원제가 대표적이다. 다시 말해 자치단체가 결정한 택시요금 체계에선 수수료를 가져가지 않되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취하는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요금 이외에서 만들어지는 부가비용의 영향력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2만대의 택시가 9만9,000원을 내고 카카오의 기사 유료서비스에 가입, 수익이 증가할 수 있지만 전국 23만대 모두가 카카오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얘기는 다르다. 이용자가 늘지 않는 시장에서 모든 기사의 유료 회원제는 택시사업자의 직접비용 부담과 연결돼 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이 경우 자치단체가 요금을 높이지 않을 방법이 없지만 이는 곧 정부의 택시요금 결정권이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것과 같다.
물론 앱을 만들고 개선하고 운영하는 IT기업의 이익 추구는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서비스 개선을 위한 사업이 이용자와 택시기사의 요금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활용되면 이때부터 요금 결정권은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경우 이용자의 불만은 플랫폼이 아니라 요금 결정권을 가진 자치단체로 향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자치단체가 뾰족한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에선 공공형 택시 호출앱을 만들자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제 막 시작된 플랫폼 기업의 요금 인상 압력 높이기와 최대한 방어를 하려는 자치단체의 요금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요금 결정권은 어디에 있는 게 좋을까? 깊이 고민해 볼 문제이기는 하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