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벤츠답지 않은 벤츠 전기차 출시의 내막

입력 2021년08월02일 00시00분 오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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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 2020년 97g/㎞
 -가솔린 판매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
 -판매실적 추가 인정해주는 HEV·PHEV·BEV 판매 늘려

 벤츠 EQA가 연일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발표 당시 426㎞(WLTP 기준)에 달했던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국내 환경부 인증에서 30% 가량 줄어든 302㎞에 그치며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행거리가 짧다보니 보조금도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다. EQA의 가격은 5,990만원으로 구매 보조금을 100%까지 받을 수 있는 가격대이지만 정부 보조금은 80% 수준에 그쳤다. 초반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정 전기차에 포함되지 않아 일부 소비자는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못 받았다. 그러다보니 "벤츠가 급성장하는 한국 전기차 시장에 합류하려다보니 무리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신차 출시를 강행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벤츠는 국내 시장에서 연간 7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수입차 1위 브랜드다. 판매대수가 현대차와 기아 다음으로 많다. 대당 매출액과 마진율이 가장 높은 S클래스가 세계 3위, E클래스는 세계 4번째로 많이 팔린다. S클래스 일부 차종의 경우는 대기기간이 길게는 1년에 달할 만큼 인기다. 일각에선 벤츠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급히 신차를 내놨을 거란 분석이 나오지만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벤츠 입장에서는 S·E클래스 물량을 늘려 내연기관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이 이득이지,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감수하면서 전기차를 내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전문가들이 꼽은 유력한 배경은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다.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는 자동차 제작사·수입사별 연간 판매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준 이하가 될 수 있도록 온실가스 저배출 차량의 생산과 판매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수송부문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2012년부터 시행됐다. 처음 제도가 시작된 2012년엔 ㎞당 온실가스 배출기준이 140g이었는데, 2019년엔 110g/㎞, 2020년 97g/㎞로 급격히 줄었다. 2025년엔 89g/㎞, 2030년 70g/㎞ 등으로 강화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는 과거 3년 동안의 초과달성실적을 이월해 미달성분을 상쇄하거나, 향후 3년 동안 발생하는 초과달성실적을 상환해 미달성분을 해소할 수 있다. 올해부터 발생하는 초과달성실적은 향후 5년까지 이월 가능하다. 

 벤츠는 2012년부터 매년 초과달성분을 기록했지만 해마다 그 폭이 감소해 2017년 처음으로 1만3,593g·대/km를 미달성했다. 2019년엔 그 폭이 35만g·대/km로 늘었다. 이는 최근 벤츠 판매 비중이 디젤에서 가솔린으로 옮겨가며 대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 데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같은 E클래스 한 대를 판매하더라도 디젤은 대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45g/km이지만 가솔린은 170g/km을 초과해 25g/km만큼 배출량이 증가한다. 물론 여전히 18만g·대/km 이상의 초과실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E클래스 가솔린(E250) 2,571대와 맞바꿀 정도밖에 안된다.

 때문에 가솔린차 판매가 많은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1대당 2대의 판매실적을 인정받는 인센티브를 통해 온실가스 평균치를 낮출 수 있다. 판매차종의 온실가스 총량을 판매대수로 나누는 평균 산정식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판매대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가솔린차(170g/km) 1대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50g/km) 1대의 온실가스 배출 평균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인 "170+50g"을 판매대수 추가 인정분 "3"으로 나눈 73.3g/km이다.
 
 하지만 벤츠가 주로 장착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경우는 "일반 하이브리드"만큼의 친환경성을 인정받지 못해 이러한 인센티브 마저도 받기 어렵다. 때문에 같은 기준에서 1대당 3대의 판매실적을 인정받는 전기차 판매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전기차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전기차 1대가 온실가스 170g/km를 배출하는 가솔린차 약 4대를 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약 4,000대의 사전계약을 기록한 EQA가 모두 등록되면 E클래스 가솔린 1만2,000대의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다. 

 정부의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미달성분 1g당 5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미달성분이 20만g·대/㎞만 되더라도 과징금이 100억원에 달한다. 다만 해당 연도 완성차 업체의 매출액의 1%에 달하는 액수까지만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 업체가 향후 3년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초과 달성하거나 타사로부터 초과실적분을 매입해 미달성분을 상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달성분에 대한 위험 부담을 안고 가는 것보다 충분한 양의 온실가스 초과달성분을 확보하는 것이 건전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친환경차 판매를 늘리는 추세다. 

 벤츠가 EQA를 통해 온실가스 초과달성에 대한 숨통이 트이면서 소비자에게 환원한 혜택은 "가격"이다. EQA 가격을 5,990만원으로 설정, 국내 보조금 대상을 만족하면서도 유럽 현지와도 견줄 만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남는 게 없다"는 말도 나온다고. 그 결과 삼각별을 단 전기 SUV는 초기 예상물량의 10배가 넘는 4,000대의 사전계약을 기록했다. 이렇게 보면 제조사와 소비자 간의 이기고 이기는 거래인 듯하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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