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율주행, "20조원 써도 못할 수 있어"

입력 2021년09월15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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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스바겐그룹의 우려 섞인 전망 현실될 수도

 20조7,000억원. 폭스바겐그룹이 2025년까지 BEV 기반의 자율주행 전환에 쏟아붓겠다는 투자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내놓는다. 만약 돈을 더 써야 한다면 기업가치가 최소 60조원에서 최대 124조원에 달하는 포르쉐를 상장시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중도 내비치고 있다. ‘자율주행’이 게임 체인저는 맞지만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설령 개발을 마쳤다 해도 운송사업에 투입하는 것은 기존 운수사업자와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어 고민이 많은 형국이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은 결국 소유가 아닌 공유로 활용될 수밖에 없어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라는 제품이 완성되면 구매 여부에 따라 소유와 공유로 영역을 나눈다. 개인 또는 법인이 제품을 구입하면 소유가 되지만 이 가운데 법인 소유자가 영업용 허가를 취득한 후 돈을 받고 누군가에 빌려주면 공유로 개념이 전환된다. 대표적인 공유가 렌탈, 리스 등이다. 또한 법인이 운전자를 고용해 A에서 B까지 돈을 받고 사람 또는 물건을 이동시켜 주는 유상운송 행위 또한 엄밀하게는 공유 차원에서 해석된다. 그래서 같은 영업용이라도 운전을 누가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항목 구분 요인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다른 사람 소유의 자동차에 탑승해 이동하는 것과 비록 다른 사람의 자동차라도 ‘내’가 운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시중에선 승용차를 대상으로 전자는 택시, 후자는 렌터카로 구분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출현하면 자가용이든 영업용이든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다. 이 경우 운전 주체에 따라 구분됐던 자가용와 영업용은 경계가 허물어지며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을 활용한 운송사업의 장벽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동이 필요한 사람은 로봇과 사람을 구분하지 않되 돈을 내고 탑승해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자율주행은 공유의 영역에 보다 깊숙하게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율주행차를 개인 소유로 사겠다고 사람이 있겠지만 자신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 비싼 자율주행차를 자가용으로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글로벌 곳곳에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국내만 해도 등록된 자동차 2,400만명의 운전자는 물론 운전을 직업으로 가진 300만명의 영업용 운전자 또한 무용지물이 된다는 얘기다. 이동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단 한번도 사라진 적이 없는 ‘운전’ 또는 ‘조종’의 인간 역할 배제의 충격은 그야말로 혁명에 비유되곤 한다.  

 개인이 자율주행 자가용을 구입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격은 현재 수준 대비 3~4배에 달할 정도로 비쌀 수밖에 없어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2년 전 만났던 장 필립 임팔라토 푸조 사장은 "현재의 자동차에 전동화, 그리고 자율주행이라는 두 가지 기술이 적용됐을 때 판매 가격은 그간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며 "제조사 또한 비싼 가격에 따른 판매 장벽이 생겨 제조 규모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자율주행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궁극으로 모여드는 분야가 이동(Mobility)이고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동 수단의 운전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중국에선 로보택시가 운행 중이고 현대차그룹도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공개하며 상용화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반면 자율주행을 반대하는 주장도 이제는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의회가 최근 자율주행 규제 완화를 추진하자 화물차운전협회가 강력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운전을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대표적인 분야에서 직접적인 반발이 시작된 것이고 폭스바겐이 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조원을 투자해서 자율주행 기술을 만들어도 사회적 반발에 부딪쳐 상용화를 못할 수 있어서다. 이때부터 자율주행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와 연관된 정치의 영역에 들어서는 탓이다. 그리고 정치는 필연적으로 사람을 따르기 마련이다. 자율주행 로봇은 선거권이 없으니 말이다. 

 권용주(자동차 칼럼니스트,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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