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갈등에 소비자는 없어
카풀과 타다 갈등이 해소되자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이번에는 택시와 플랫폼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택시 업계가 중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선택적 호출에 반발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더불어 택시 업계 또한 내부적으로 카카오T 가맹과 비가맹 사업자로 입장이 엇갈리며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이번 갈등은 "택시 vs 플랫폼"을 앞세운 "택시 vs 소비자" 갈등이라는 점에서 바라봐야 대안 모색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본적으로 택시 업계의 주장은 이용자가 플랫폼을 활용해 택시를 호출할 때 차종, 연식, 운전자 친절도 및 가맹과 비가맹을 가리지 않고 그냥 가까이 있는 택시에 균등 호출을 뿌려 달라는 목소리다. 이 경우 택시 기사가 목적지를 확인하고 호출 수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철저하게 택시 사업자 입장에서 이용자를 선택적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택시 업계의 목소리를 이용자 시각에서 보면 그야말로 복불복 호출이다. 같은 요금을 내는데 어떨 때는 냄새 없는 신차급 택시가 오는 반면 어떤 경우는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오래된 차가 오는 일이 비일비재한 탓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40조가 규정한 택시의 차령은 개인택시는 최장 7년(배기량 2,400㏄ 미만) 또는 9년(배기량 2,400㏄ 이상)이며 법인택시는 중형 세단 기준으로 4년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연장이 허용되는 자치단체도 있다. 그러니 이용자가 호출하면 짧게는 1년 미만에서 길게는 9년 동안 운행되는 택시 중 불특정 차가 이용자에게 복불복으로 배정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용자 시각에선 같은 비용일 때 보다 좋은 차를 원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택시는 호출 수락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선택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이용자는 택시 선택권이 없는 게 문제다. 이동 서비스 공급자와 이용자의 관계 설정에서 기본적으로 택시가 유리한 위치에 있고 이 점은 오랜 시간 소비자 불만의 단초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플랫폼이 중간에 호출을 해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정 연식 이내의 택시를 가맹으로 관리하면서 이용자에게 택시 선택권을 부여했다. 물론 그 대가로 요금 외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데 연식이 오래되지 않고 냄새 없는 택시가 온다는 점에서 이를 반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택시 수요의 총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른바 플랫폼택시로 이용자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택시 업계의 반발은 플랫폼을 통한 이용자의 택시 선택으로 벌어지는 호출 쏠림 현상을 다시 복불복으로 돌려놓으라는 요구다. 게다가 카카오모빌리티가 호출 수수료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비판받자 불공정 이슈를 꺼내며 균등 호출로의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택시 vs 카카오모빌리티"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플랫폼이 없으면 이용자 또한 택시 선택권이 사라져 다시 택시가 유리한 관계가 설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운송사업 영역에서 발생하는 택시의 한계 탓이다. 버스는 대중교통이라는 점에서 노후화에 대한 이용자의 반발이 없는 반면 택시는 개별 고급 교통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노후화에 대한 이용자의 반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업자는 최대한 이동 수단을 오래 사용해야 이익을 내는 구조여서 이용자와 사업자의 요구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충돌을 피하려면 택시의 요금 구조를 바꾸는 게 최선이지만 이용자 반발을 우려해 정부 또는 자치단체는 요금에 손대는 것을 금기시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요금이 아닌 호출료, 그리고 차종 차별화로 추가 비용을 받는 것도 요금이 아닌 부가서비스 비용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물론 차종이나 연식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 그리고 선택에 따른 추가 비용 지급을 놓고 이용자는 요금 인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요금에 어떤 사람은 8년된 쏘나타를 타고 어떤 사람은 1년된 그랜저를 타고 가는 것은 이용자 관점에서 경험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고 택시 사업자에게 차를 자주 바꾸라 하는 것도 요금이 묶여 있는 한 요구하기 어렵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시작은 택시와 이용자의 관계를 대등하게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자면 택시는 이용자의 목적지를 모른 채 호출 수락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이용자 또한 새 차와 헌 차의 복불복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플랫폼은 추가 비용을 내겠다는 이용자에 한해 새 차를 운행하는 택시와 연결해주면 된다. 차의 연식 또한 엄밀히 보면 운송 원가에 해당되는 만큼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택시 vs 소비자" 갈등에서 지금의 택시는 이용자에게 양보를 요구하는데 택시를 위해 이용자가 불편함을 겪는 시대로 다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합리적인 이용자가 되려는 욕구는 배제한 채 무조건 택시 업계를 약자로 받아들이라는 강요에 따라 착한 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같아서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