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유종 간 상대 가격비 지켜져야 공정
정부가 치솟는 기름 값의 국민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5% 인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중반 수준에 도달하자 내리는 결정이다. 그러면서 15%를 내리면 유류세도 2조원 가량 줄어든다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줄어드는 유류세는 대부분 휘발유이고 경유와 LPG의 유류세 감소는 상대적으로 적어 서민 부담 경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는 중이다.
유류세 인하를 예고하면서 정부는 화물, 택시 등의 운수 업계와 소상공인 등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큰 생계형 자동차의 유지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유종별 가격 비중은 기본적으로 휘발유를 100으로 볼 때 경유는 85%, LPG는 50% 수준으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기름도 종류별로 가격 차가 있는 만큼 현재는 "100(1,741원):88(1,539원):56(981원)"의 가격 비중이다(한국석유공사 오피넷 10월24일 기준). 이런 가운데 유류세를 15% 동일하게 인하하면 휘발유는 123원, 경유는 87원, LPG는 30원이 떨어져 유종별 가격비는 "100(1,618원):90(1,452원):59(950원)"로 달라진다. 또한 20%를 내리면 휘발유 164원, 경유 116원, LPG부탄 40원이 내려가 가격비는 "100:90:60"이 된다. 결과만 보면 경유와 LPG 이용자의 유류세 경감 효과가 오히려 떨어지는 셈이다. 쉽게 보면 정률로 동일하게 인하하면 연료 간 상대 가격에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유와 LPG 가격의 역진성 문제가 발생해 서민 부담 인하 명분이 약화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민감한 유류세를 내릴 때는 휘발유, 경유, LPG 등의 유종 간 상대 가격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지만 이번 인하에서 해당 사항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경유차와 LPG차 운전자는 유류세 인하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휘발유 유류세를 내릴 때 경유와 LPG는 유류세 인하율이 더 높아야 떨어지는 유류세액의 상대 가격비가 공정해지는 탓이다. 이른바 연료별 차등 인하 적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괄 인하를 선택해 정책의 신속한 효과를 우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LPG 업계는 정률적 인하가 불가피하다면 LPG 유류세 항목에 있는 판매 부과금을 세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정부 분류에 따르면 판매 부과금은 세금은 아니지만 에너지 세제 개편 과정에서 도입된 준조세 성격이다. 따라서 인하 대상에 포함돼야 하고 이 경우 LPG 인하액은 36.5원으로 가격비는 "100:90:58"이 된다. 외형상 LPG 가격 비중이 "59"에서 "58"로 소폭 낮아지는 것이지만 유종별 상대 가격비 원칙을 지킨다는 점에서 공정성이 조금이나마 확보된다는 게 LPG 업계의 목소리다.
현재 기름에 부과된 세금 항목은 휘발유와 경유를 기준할 때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지방 주행세 등이다. 반면 LPG는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와 별도로 판매 부과금이 마치 세금처럼 포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15%를 인하할 때 판매 부과금의 인하 대상 포함 여부는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유종별 상대 가격비의 원칙 고수라는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내 수송용 에너지 세제는 상대 가격 조정을 통한 수급 조절을 목표로 두 번에 걸쳐 진행돼 왔다. 지난 2000년 "100:47:26"의 "휘발유:경유:LPG" 상대 가격은 경유와 LPG 세금이 오르면서 "100:75:60"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2004년 경유 승용차 판매 허용을 앞두고 환경 오염을 우려해 "100:85:50"이 되도록 전환됐고 현재는 "100:88:56"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류세 일괄 인하는 경유와 LPG 사용자의 비용 부담 축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오는 셈이다.
유류세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세금 가운데 하나이자 이동 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세목이다. 그런데 정부 입장에서도 결코 건드릴 수 없는 안정된 세입의 원천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름 관련 세금을 내리고 올릴 때는 유종 간 차별 없는 공정함이 지켜져야 한다. 물론 정책의 신속성이 "일괄 인하"를 선택하도록 만들었지만 정교함을 통해 유종별 공정성도 충분히 확보되도록 하는 게 상식이다. "1원"의 비용이라도 자동차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인 만큼 경유차와 LPG차 운전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