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공감하나 가격은 난제
요소수 위기가 차츰 가라앉고 있다. 여전히 사재기 물량을 풀리지 않아 가격은 평소보다 비싼 편이지만 정부의 긴급 도입 물량이 시중에 풀리고 중국산 요소가 공장에 투입되면 일단 안정대란은 피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중국의 요소 수출 검사 강화다. 요소수를 제조하는 민간기업의 요소 도입 물량이 갑자기 항구에 묶이면서 발단이 됐다. 그러자 국내 요소수 가격이 폭등했고 이동 자체가 멈출 위기마저 제기돼 정부가 긴급하게 글로벌 소싱을 했다. 동시에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항구에 묶인 요소가 정상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신속한 조치로 위기는 넘겼다.
그러자 요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민간 기업도 국내에서 요소 제조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민이 적지 않다. 국내 생산은 가격이 비싼 탓이다. 열심히 국내에서 ‘요소’를 만들어도 중국이나 중동 등지에서 요소를 가져와 요소수를 만들면 감당할 재간이 없다. 한때 국내 요소 생산이 중단됐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디젤 엔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요소수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만큼 원재료인 요소는 다시 국내 생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위성을 얻는 중이다. 여기서 고민은 요소수 가격의 인상이다. 비싼 요소수 비용이 부담될 경우 승용차는 디젤 대신 휘발유 또는 LPG 엔진으로 바꿀 수 있지만 물류용 화물트럭은 디젤 엔진의 대안이 없어서다. 이 경우 비싼 요소수는 물류 비용에 반영되고 물건 값은 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화물용 요소수에 한해 연료처럼 보조금을 주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SCR 시스템을 사용하는 한 요소수 또한 기름처럼 계속 사용하는 물질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탄소 중립의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요소수 보조금은 디젤 엔진 시대를 연장하는(?) 것인 만큼 차라리 요소수 보조금을 수소전기 트럭 확산에 투입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어차피 내연기관 시대를 조금씩 줄여가야 한다면 차라리 보조금을 수소전기차로 돌려 디젤의 원천 대안을 찾자는 의미다.
그런데 이때 문제는 수소 충전 인프라와 수소전기차 가격이다. 아직 국내는 수소 충전소가 많지 않다. 게다가 트럭은 수소 연료 사용량이 일반 승용차 대비 월등히 많아 충전소의 공급 용량도 풍부해야 한다. 또한 트럭은 운행거리도 길어 수소전기차 부품의 내구성도 확보돼야 한다. 나아가 보조금도 많아야 한다. 아직 판매되지 않지만 대표적으로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가격이 6~10억원이고 보조금만 4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연료비용도 디젤보다 많이 소요된다. 운송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곧 물류비라는 점에 비춰 수소전기차를 보급하면 운송료가 올라 모든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는 내연기관의 퇴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올해 말에 발표될 유럽연합의 7번째 경유차 배출 규제(유로7)는 3.5t 이상 상용차의 배출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되고 있다. 측정 방식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고 아산화질소 규제 기준을 새로 만든다. 또한 차종별로 배출 물질을 관리하고 실제 도로에서 내뿜는 배출량의 엄격한 관리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연기관 기술로는 도저히 규제를 맞출 수 없다며 자동차업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EU 또한 기준을 강력히 밀어붙여 내연기관을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마디로 내연기관으로 동력을 얻으려면 배출되는 오염물질 자체를 없애라는 뜻이다.
EU의 규제는 결국 자동차회사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디젤 엔진을 사용하려면 배출가스를 원천 제거하라는 것이고 자신이 없다면 동력 전환을 하라는 뜻이다. 물론 이때 새로운 동력원이 탑재된 자동차의 가격은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라는 요구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자동차회사의 선택도 두 가지의 병행이다. 요소수 사용을 늘리는 SCR의 추가 장착으로 디젤 엔진을 유지하는 것과 전동화 방안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시선은 SCR의 확대로 모아지고 있다. 결국 요소수 사용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래도 저래도 물류 비용의 부담 증가는 어쩔 수 없는 셈이니 말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