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보다 곡선에서 운전자 두려움 크게 느껴
요즘 나오는 자동차에는 대부분 ADAS(Advanced Driver Assistant System) 기능이 탑재돼 있다. 앞차는 물론 차선을 인식해 스스로 멈추거나 주행하는 기능이다. 제조사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대부분 운전 지원 기능을 넘어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것에 궁극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ADAS 기능에 완벽성이 더해지면 그게 바로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 자체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운전 피로도를 낮추고 운전 위험인자를 줄일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이고 지능의 진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ADAS 기능을 얼마나 믿을까? 연구 결과 도로 형태에 따라 신뢰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해 ADAS 사용율을 분석한 결과 직선도로 주행은 어느 정도 신뢰하지만 곡선 주행은 아직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IIHS의 연구는 4주간 2차종 3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험 차종은 SUV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세단은 2017년형 볼보 S90으로 이뤄졌다. 첫 번째로 SUV와 세단을 각각 운전하게 한 결과 곡선 도로에서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 사용 비율은 각각 28%와 25%로 나타나 SUV와 세단 모두 높지 않았다. 이는 차종과 무관하게 곡선 도로라면 여전히 자동차의 지능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는 뜻이다. 차선이 지워져 시스템 인식 오류로 크루즈 기능이 자동 종료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직접 크루즈 컨트롤을 멈추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연구의 목적이다. 사실 이번 연구는 곡선 자율주행에 대한 인간 운전자의 두려움이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 지능형 크루즈 성능이 저하된다는 점을 입증하는 실험이었던 탓이다. 자율주행의 인식 오류가 잔존한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운전자 주의를 당부하는 의미다. 실제 미국 자동차협회(AAA)는 인공으로 비를 내리는 상황에서 자동 비상 제동 기능을 작동했더니 앞차를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가 적지 않았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DAS가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미국 고속도로 손실데이터연구소(Highway Loss Data Institute)에 따르면 ADAS의 여러 기능 중에서도 충돌 방지는 특히 젊은 운전자 사고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마일 당 연령별 사고율에서 10대는 20대에 비해 충돌 가능성이 4배에 달하는데 ADAS 기능이 탑재되면 충돌은 41%를 낮추고 설령 사고가 발생해도 부상은 47%를 막을 수 있으며 사망은 무려 78%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한 20대 연령의 젊은 층이 많이 구입하는 혼다, 기아, 스바루 제품의 보험청구 사례를 별도로 분석했더니 충돌방지 기능이 있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차종의 손해보상 차이는 확연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ADAS의 기능이 지금보다 고도화된다 해도 자율주행은 아직 수십 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협회는 지금은 일반화된 차체자세제어장치(VDC, ESC 등)도 1995년 미국에 도입됐는데 2017년에야 모든 차종에 의무 적용됐다며 2030년대가 오기 전까지 여전히 도로의 95% 자동차는 차체자세제어장치가 없는 점에 비춰 자율주행도 오래 걸릴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게다가 자율주행의 가장 큰 기본 전제는 ‘무오류’이고 이는 센서가 주변 사물을 매우 정확히 인식하는 단계를 전제로 한다. 결국 기후 및 도로, 건물, 움직이는 모든 상황을 자동차가 즉각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자율주행에 대한 도전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세계 최초의 로보 택시 서비스가 싱가포르에서 데뷔한 이래 지난해는 구글이 피닉스에서 무인차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대차도 로보 택시 실험에 성공하면서 운전자 없는 택시 서비스를 향한 걸음을 내디뎠다. 비록 당장 수익이 없을지라도 기술 개발은 지속해야 한다는 신념이 자율주행의 연구를 이끌고 있다. 언젠가는 되겠지만 바로 ‘언젠가’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인 것 같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