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사업자 간 이해 갈등 첨예
-요금 결정권, 정부가 갖는 한 해결 어려워
이번에는 택시 대란이다. 그간 억눌렸던 사회적 본능이 폭발하면서 늦은 시간 귀가 전쟁이 벌어지는 탓이다. 대형 택시는 물론 값비싼 고급 택시를 잡으려 해도 차가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그러자 택시 대란이 언급될 때마다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모빌리티 갈등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든다. "대체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간 것일까?"라는 근원적 질문이다.
심야 택시 대란은 우리나라 택시의 본질적인 문제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앱 호출이 일반화되면서 기사들이 목적지를 골라잡는 문제도 있지만 목적지 미표시를 제도화해도 근원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다고 규제 일변도인 택시를 놔두고 규제 없는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을 전격 허용하는 것도 공정성 측면에서 옳지 않다.
택시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국내 택시 산업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택시 숫자는 25만1,867대로 인구 205명당 1대 비율이다. 반면 우리와 택시 숫자가 비슷한 일본은 505명당 1대다. 서울과 도쿄를 비교해도 택시가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2017년 말 기준 서울 인구 1,000명당 택시는 7.3대지만 도쿄는 4.7대, 런던은 2.3대, 뉴욕은 1.7대로 한국의 택시는 인구 대비 지나치게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택시는 자가용 보급률이 높을수록 이용자가 줄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세계자동차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자동차 1대당 인구는 2.1명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이미 자동차를 보유한 나라다. 미국의 1.2명, 일본의 1.7명, 독일의 1.6명에 비하면 자가용 등록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택시 이용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 택시의 운송 분담율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수송 분담율은 2010년 7.2%에서 해마다 줄어 2019년에는 5.7%에 머물렀다.
-인구 대비 택시 절대 숫자 너무 많아
-요금 통제, 질적 서비스 향상 막아
반면 택시 요금은 국민 소득 대비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서울 택시 기본 요금은 2019년 3,800원으로 오른 후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비슷한 국민 소득을 나타내는 스페인의 택시 기본 요금이 6,000원 정도임에 비춰보면 매우 낮다. 덕분에 일부 외국인들은 한국 방문 때 가장 인상적인 교통 수단으로 택시를 꼽기도 한다. 그만큼 저렴한 탓이다. 결국 인구 대비 너무 많은 택시, 통제되는 저렴한 요금, 수요의 감소는 택시 산업을 가로막는 3대 장벽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로나 집합 금지 제한이 풀리면서 택시 이동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했고 특정 시간대 영역은 택시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택시의 절대 대수는 많아도 실제 운행 대수는 적은 탓이다. 기본적으로 택시 운전은 소득이 낮고 근로 강도는 높은 업종이어서 일을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업계에선 기사를 구하지 못해 차고지에 서 있는 비율을 대략 30%로 추정한다. 따라서 서울시 기준으로 24시간 운행되는 법인 택시는 대략 1만5,000대 가량으로 본다. 반면 개인은 4만6,564대가 있지만 3부제가 유지되는 만큼 하루 3만1,000대가 운행된다. 하지만 개인 택시는 고령화에 따라 운행 자체를 하지 않는 차가 3,000대 가량이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 개인 택시 기사는 3,308명으로 법인의 576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택시 전체로 보면 65세 이상 택시 기사는 3만1,725명으로 전체 운전자의 44.7%에 달한다. 60세 이상으로 넓히면 무려 5만827명으로 71.6%다. 반면 30대는 326명으로 0.46%에 불과하고 40대도 3,018명으로 4.26%에 머물러 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니 개인 택시 부제를 해제해도 늦은 밤에는 일하지 않는 개인 택시가 많아 특정 시간대 택시는 언제나 부족하다.
-개인 택시는 고령화 심각
-법인 택시는 소득 낮아 이탈
개인 택시 부제를 완전히 없애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 방법은 법인 택시의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 반면 법인 택시를 기사가 도급제로 운영하는 것은 개인 택시가 막는다. 여기서 갈등 요소는 개인 택시 면허의 양수 양도 비용이다. 법인 택시가 도급제를 하면 굳이 개인 택시 면허를 비싸게 주고 양수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개인 택시는 부제 해제를 통해 면허 가치를 높이려 한다. 그 사이 법인 택시 기사들은 완전 월급제를 요구하는데 택시는 개인별로 업무에 따른 영업 수익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반대하는 업계 내 목소리도 있다.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월급을 일원화하면 많이 버는 기사의 이탈이 심해져 법인 택시 사업자의 반발이 크다.
그래서 해법이 마땅치 않다. 결국은 요금으로 귀결되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방안일 뿐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게다가 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는 한 요금 인상에 찬성할 시민도 별로 없고 공정성 측면에서 또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도 어렵다. 나아가 요금에 수익을 의존하는 구조에서 결정권을 정부가 쥐고 통제하는 한 굳이 택시 업계가 서비스를 개선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모빌리티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택시의 뿌리 깊은 문제부터 선결돼야 한다. 다시 말해 정부가 비용을 들여 숫자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요금 결정권을 택시 업계로 넘길 것인가의 문제다. 둘 중의 하나만 해결이 돼도 택시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연동된 여러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기 때문이다.그렇지 않다면 택시 대란은 끝 없이 반복되고 한국에서 모빌리티 혁신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