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눈높이 및 소득 수준 향상에 수요 많아
-미세한 차이가 큰 경험 차이 일으켜
최근 SUV에 2열 독립 시트를 장착한 6인승 모델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 그런데 2열 독립 시트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때는 1991년 현대차 그레이스 9인승 그랜드 살롱부터다. 붉은색 고급 직물 시트와 2열 및 3열 독립 시트, 게다가 2열은 180도 회전까지 가능했다. 지금으로 치면 카니발 9인승 배열과 같다. 그렇게 보면 SUV 또는 미니밴의 독립 시트 문화가 대중화되는데 거의 30년이 걸린 셈이다.
물론 명맥은 조금씩 이어져 왔다. 현대차 그레이스 9인승 그랜드 살롱을 시작으로 기아차 카니발 7인승, 현대차 트라제XG 6/7인승, 최근에는 현대차 맥스크루즈 6인승까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열 독립 시트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 중후반 카니발 7인승이 나오자 2열 독립 시트 인기도 서서히 올라갔다. 수입 미니밴에는 이미 1990년대에도 있었던 2열 독립 시트가 뒤늦게 국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셈이다.
2열 독립 시트 미니밴이 카니발이라면 쉐보레 대형 SUV 트레버스는 2열 독립 시트 SUV의 대명사다. 가족 구성원은 감소하되 문화 및 소득 수준이 높아져 굳이 많은 좌석이 필요하지 않은 탓이다. 오히려 넓은 공간의 편의성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차라리 개별 시트를 크게 만드는 것이 곧 상품성 확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1985년 가구당 인구는 평균 4.1명이었던 반면 2020년은 2.3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또한 1985년 5인 가구 이상 비중은 39%였지만 2020년은 4.5%에 불과해 과거처럼 한 대에 여러 사람이 탑승할 일도 별로 없다.
이런 국내 판매 차종의 2열 독립 시트 확대는 한국 경제가 그만큼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과거 국내 완성차 기업의 2열 독립 시트는 수출형에만 적용하거나 수입차라도 국내 도입 때는 배제되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치솟고 레저 등을 즐기는 여가 활동의 다양성이 2열 독립 시트의 대중화를 이끌어내는 중이다.
하지만 개선할 부분도 분명 있다. 특히 시트만 독립시켰을 뿐 연동된 추가 편의 품목의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나온 싼타페 및 쏘렌토 6인승의 경우 2열 독립 시트에 센터 콘솔이나 선반이 없어 가끔은 탑승자가 불편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일부 수입차도 2열 독립 시트와 연동된 센터 콘솔은 고급 브랜드에만 있는 편의 품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네시스 GV80에는 프리미엄급 센터 콘솔이 적용된다. 가격과 브랜드 차별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채택 가능한 품목일 수 있어서다.
반면 포드 익스페디션과 링컨 네비게이터는 브랜드 차이에도 불구하고 북미에선 모두 센터 콘솔 선택 품목이 있다. 하지만 국내로 들어올 때 네비게이터는 센터 콘솔이 포함되지만 익스페디션은 없다. 익스플로어도 마찬가지다. 이와 달리 혼다 미니밴 파일럿은 2열 독립 시트 모델에 센터 콘솔을 대체하는 선반이 적용된다.
국내 제조사나 수입사 입장에선 "굳이"라는 말로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편의성에 적응할수록 좋은 경험도 남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없다면 모르지만 해당 기능을 접한 소비자라면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치밀한 상품 전략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우리 일상의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제네시스가 6인승 독립 시트 제품을 출시했고, 카니발 및 스타리아 등 미니밴도 고급감을 살린 7인승 독립 시트를 운용하고 있다. 이른바 독립 시트 대중화다. 따라서 이제는 독립 시트를 넘어 연동된 편의 품목도 배려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 이동의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가 또 다시 같은 기업 또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