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욕망 드러낸 구글, 지리차 선택?

입력 2021년12월29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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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 및 협력 통해 다양성 확보

 지난 2016년 중국 지리자동차와 스웨덴 볼보자동차가 손잡고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자동차회사를 하나 설립했다. 바로 "링크앤코(Lynk & Co)"다. 연결성(Connectivity)을 강화하고 구매가 아니라 구독 등을 내세워 관심을 끌었다. 첫 차로 2017년 소형 SUV를 내놓은 이후 현재까지 모두 9종의 제품을 갖추고 글로벌에서 나름 인기가 높다. 세상에 나온 기간이 불과 6년인데 글로벌 연간 판매만 이미 140만대 수준이다. 

 그러자 지리자동차는 링크앤코의 연결성 기술을 밑거름 삼아 자체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국에서 내놨다. 바로 "지커(Zeekr)"다. 올해 생산이 시작된 5도어 EV 슈팅 브레이크 스타일의 "지커 001"은 2020년 공개된 링크앤코의 EV 컨셉트 기반이다. "슈팅 브레이크(Shooting Brake)" 스타일은 19세기 마차 문화에서 비롯된 용어로 사냥을 떠나기 위해 사람과 사냥개, 장비 등의 적재 능력을 높인 형태를 의미한다. 특히 지커에 사용된 플랫폼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는 독일 다임러그룹 산하 스마트는 물론 지리자동차와 IT 기업 바이두가 합작 설립한 지두자동차 제품에도 활용된다. 참고로 SEA1은 대형 및 럭셔리, SEA2는 중대형, SEA-E는 소형, SEA-S는 고성능 스포츠, SEA-C는 3.5~5.5t 상용차 플랫폼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등장한 지커 001은 1회 충전으로 700㎞ 가량을 주행하며 5분 충전만으로도 120㎞를 갈 수 있다. 0-100㎞/h 3.8초에 최고 시속은 200㎞다. 지커는 구매보다 구독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신차 효과를 최대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지커에 손을 내민 곳이 "웨이모(Waymo)"로 알려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구글이다. 운전자 없이 유상 운송에 나서려는 구글 또한 적절한 이동 수단이 필요한데 공급자로 지커를 선택한 셈이다. 한 마디로 구글 웨이모의 지능과 링크앤코의 커넥티드, 그리고 지리자동차의 제조 능력이 합쳐진 사례다. 운전자 조작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 내 웨이모 무인 호출에 대응 가능한 제품으로 등장하는데, 공산품 시각에서 보면 구글이 최종 구매자이고 지리자동차는 생산, 지커는 연구개발 기능이다. 그간 자동차회사가 모두 수행했던 "개발-생산-판매"가 점차 독립 기업의 역할로 바뀌는 형국이다.   

 이런 방식을 눈여겨 본 곳은 프랑스 르노그룹이다. 르노는 링크앤코와 손잡고 연결성이 강화된 제품을 한국 내 르노삼성 공장이 만들어 유럽 등으로 수출하기를 원했고 결국 링크앤코와 르노삼성은 기술 공유에 나서기로 했다. 하나의 기반 기술만 확보되면 다양한 브랜드 제품에 널리 활용되고 이들 차종을 엮으면 결국 글로벌 연결망이 확보되는 방식이다. 

 전동화와 IT 역량이 가미되면서 특정 용도에 적합한 이동 수단을 자체 브랜드로 확보하려는 IT 기업들의 욕망은 점차 커지는 중이다. 우버도 자체 브랜드의 이동 수단을 누군가에게 생산을 맡겨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운지 오래다. 이 과정에서 "개발-생산-판매"의 전문 기업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회사가 "개발-생산-판매"를 모두 수행했지만 이제는 분야별로 특화된 기업들이 각각의 역할을 맡는 식이다. 화장품 브랜드는 많아도 실제 화장품을 만드는 곳은 한정된 것처럼 말이다. IT 기업이 지능을 만들고 자동차회사가 하드웨어를 제공해 개발 생산된 제품은 각자 유상 운송에 활용돼 경쟁을 하거나 협업을 한다. 결국 이동이 없는 인류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모빌리티로 집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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