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이유와 예외 규정이 충돌
국내 택시 부제는 국토교통부훈령인 "택시제도 운영기준에 관한 업무처리요령" 제9조에 규정돼 있다. 9조 ①항은 "관할관청이 택시 정비 및 운전자 과로방지 등을 위해 택시에 부제를 둘 수 있다"는 내용이고 ②항은 "경형, 소형, 고급형과 전기 및 수소전기택시는 부제를 둘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논란은 여기서 발생한다. 부제의 명분은 정비 및 과로방지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부제를 면제하는 조건은 차의 크기와 사용하는 에너지로 구분하는 탓이다. 예를 들어 하루 12시간 영업용 택시를 운전할 때 중형 세단은 운전자 피로도가 높아 강제로 운행을 금지하는 반면 경형, 소형, 고급형은 피로도가 낮으니 운행을 계속해도 된다는 의미인 탓이다. 또한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중형 세단 택시는 고장도 많이 날 수 있고(정비)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감도 높으니 강제 휴무를 하라는 것이고, 똑 같은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택시가 고급차이거나 전기로 바퀴가 굴러가는 중형 세단은 고장도 없고 운전자 피로감도 낮으니 쉬지 않고 운행을 해도 좋다는 얘기다. 과연 둘의 상관 관계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운전 피로도는 운전 시간과 유의미한 관계를 갖는다. 2003년 한국의공학회지에 실린 "심박변동신호(HRV, Heart rate variability) 분석을 이용한 운전피로도 연구(성홍모 외)"에 따르면 운전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되면 피로도가 증가하고 오전보다 오후일 때 피로감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논문인 "장시간 운전에 따른 운전자의 피로도 측정(홍병철, 2005)"에서도 점심 식사 이후 운전자의 피로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측정된 바 있다. 따라서 부제를 두는 이유와 부제를 예외로 인정하는 조항은 서로 결이 맞지 않는 셈이다.
물론 전기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택시로 사용할 때 부제 적용에서 예외로 둔 것은 탄소 중립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택시는 자가용 대비 주행거리가 월등히 많아 가급적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훈령의 ①항과 ②항의 내용이 조율돼야 논란이 없을텐데 과거 규정에 친환경차 부제 해제를 끼워 넣다보니 LPG 중형 세단 택시를 운행하며 부제 적용을 받는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임인년 새해 우리 사회의 화두는 공정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공정"을 지키려 해도 제도상 불공정한 규정이 오히려 공정을 방해하는 일이 적지 않다. 요즘 주목받는 모빌리티 분야부터 임인년 새해는 공정한 여건이 조성되도록 노력하는 게 맞지 않을까.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