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시대에 필요한 제도 마련 중요
-다양한 하이브리드 등장에 개념 정의도 달라져야
현대자동차 넥쏘 보유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수소 주요 부품 보증기간(10년 또는 16만㎞ 이내)이 지나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가의 부품을 개인 비용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서다. 만약 내연기관차를 이용했다면 보증수리 기간이 지나도 중고 부품 등 선택지가 많지만 넥쏘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제조사가 타던 차의 중고 가치를 보장해주는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가치 산정이 낮다는 불만이 수그러지지 않는다. 동급의 내연기관보다 중고 가치가 낮아서다. 그러나 제조사 또한 중고차를 되사왔을 때 마땅히 처분할 곳이 없어 보장하는 잔존 가치는 높은 편이라고 항변한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는 제품의 내구성에 기인한다. 수소전기 시스템이 오래도록 고장나지 않고 견뎌준다면 아무런 불만이 없겠지만 자동차는 기계여서 부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보증수리 기간이 있고 해당 시기가 넘어가면 추가 비용을 내고 보증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보증은 일종의 보험이다. 구매 초기에는 고장날 가능성이 적어 제조사가 법으로 정한 기간을 보증하고 법적 시한이 끝나면 철저하게 이용자의 선택에 맡긴다. 돈을 더 내고 보증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고장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이용할 것인가? 그래서 제조사도 추가 보증 프로그램을 마련할 때는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정비 통계를 근거로 사용한다. 판매된 제품의 AS 입고 사례를 분석해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부위를 찾아내고 보증 항목에 넣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수소 전기차의 부품 비용이 비싼 이유는 그만큼 새로 개발됐다는 점과 시중의 부품 유통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탓이다. 제 아무리 국내 기업이라도 동력발생장치의 핵심 부품을 확보할 때 비용을 낮추는 것은 대량 생산인데 등록 및 운행대수가 적으니 대량 확보가 쉽지 않다. 많이 만들어 비용을 낮췄는데 고장이 없어 사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폐기 비용이 부담될 수도 있다. 현대차가 3세대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매달리며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이 내구성 확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내구성을 높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소재 개선부터 재질 형상 변경, 사용 빈도 조정 등 여러 수단이 있다. 하지만 전제는 역시 "비용"이다. 그래서 돈을 쏟아 부어 내구성을 높이기보다 사용자 운행 패턴 등을 파악해 적정선을 찾는데 주력한다. 흔히 말하는 "최소 비용, 최대 만족"을 지향하는 셈이다.
탄소 중립을 향한 전동화 과정에서 전기차의 내구성 확보 방안으로 최근 떠오르는 것이 "FC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다. 플러그를 꽂아 탑재된 배터리에 충전하고 발전용으로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배터리+수소"의 하이브리드 전동화 시스템이다. 이 경우 배터리에 전기를 담기 위한 플러그를 꽂을 때마다 수소연료전지는 작동할 필요가 없어 내구성이 증대되고 부품 수명도 늘어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주행거리가 많은 상용차를 중심으로 "배터리+수소연료전지" 버스 등이 운행되는 중이다.
그러자 국내에서도 FC 레인지 익스텐더에 뛰어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하는 일인데 엉뚱한 곳에서 고민이 생겼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를 동시에 탑재했을 때 보조금 지급 기준이 애매해서다. 배터리 전기차로 구분하면 보조금이 적고 수소전기차에 포함시키면 보조금이 많다. 명확한 것은 바퀴를 굴리는 동력이 전기라는 사실인데 전기를 외부에서 충전하느냐, 아니면 수소 발전으로 만들어내느냐만 차이일 뿐이다. 아마도 보조금을 줘야 하는 정부 시각에선 최종적으로는 배터리를 통해 나온 전력이 모터를 회전시켜 바퀴를 구동시키니 배터리 전기차로 구분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수소 사회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에 정부 스스로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된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배터리 전기차" 보조금에 수소전기차 보조금을 추가해 지급하는 것이 맞지만 이 경우 금액 자체가 워낙 많아 정부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전기차 FC 레인지 익스텐더를 주목하는 곳은 적지 않다.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공존이 아니라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가 공존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몸체에 둘이 모두 포함된 하이브리드가 가장 이상적인 동력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전에 보조금 지급 방식을 명확히 정해 두는 것이 좋은 생각일 수 있다.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미래 입법" 차원이자 배터리와 수소산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니 말이다.
권용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