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1월 자동차화재 4,146건 발생
-화재 요인, 전기적 및 기계적 원인 대부분
8만4,437대 중에서 연간 84건의 화재가 발생해 1만대당 9.95건의 불명예를 안았다. 볼보자동차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볼보(VOLVO)는 승용차와 트럭을 모두 포함한다. 승용과 상용이 전혀 별개의 기업이지만 화재 통계는 브랜드별로 집계되는 만큼 모두 "볼보"로 합산된다. 그런데 승용과 트럭을 모두 포함한 숫자라 해도 화재 건수가 유독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불명예 2위를 기록한 재규어의 4.72건보다 무려 두 배 가량 높아서다. 혼다 또한 화재가 38건이 발생했는데 1만대당 등록을 기준하면 3.83건이다.
20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에서 발생한 자동차화재는 모두 4,146건(이륜차 포함)이며 이 가운데 국산차는 3,479건에 달한다. 등록 비중이 높아 화재 건수도 많았던 셈이다. 제조사별로는 현대차 1,763건, 기아차 723건, 한국지엠 273건, 르노삼성 126건, 쌍용차 108건이다. 하지만 자동차화재 통계에선 통상적으로 1만대당 평균 화재 건수를 주요 지표로 본다. 이를 기준하면 현대차가 1.47건으로 가장 높고 르노삼성이 0.6건으로 최저 수준이다. 한국지엠은 1.03건으로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 기아는 0.86건, 쌍용차는 0.62건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5사의 평균 화재건수는 0.9건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중에선 볼보(9.95건), 재규어(4.72건), 혼다(3.83건) 외에 푸조(2.47건), 짚(1.82건), BMW(1.63건), 랜드로버(1.4건), 벤츠(1.31건), 폭스바겐(1.02건), 포드(0.83건), 토요타(0.75건), 아우디(0.7건), 캐딜락(0.62건), 렉서스(0.35건)로 각각 집계됐다. 화재가 가장 많은 볼보와 최저를 보인 렉서스의 차이는 무려 28배에 이른다. 흥미로운 점은 볼보의 경우 화재 원인에서 기계적 부문이 83.3%로 전기적 이유의 16.7%보다 월등히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승용보다 화물 쪽의 화재 건수가 더 많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동차화재 이유를 원인별로 보면 기계적 요인이 1,416건으로 34.2%를 나타냈다. 다음이 972건의 전기적 요인(23.4%)이며 부주의와 교통사고에 따른 화재도 각각 16.7%와 8.4%로 집계됐다. 전기차 등록이 늘고 지난해 배터리 화재가 논란이 됐던 만큼 전기적 요인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여러 요인 중 제품결함에 따른 화재는 현대가 27건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일어난 자동차화재를 2008~2019년 화재 원인과 비교하면 전기적 요인은 큰 변동이 없는 반면 기계적 요인은 과거 31.6%에서 지난해 34.2%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주의"로 분류되는 원인 또한 14.3%에서 16.7%로 늘었다. 반면 "방화의심" 부문이 5.5% 비중에서 1.0%로 낮아져 방화자 파악이 비교적 잘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교통사고에 따른 화재 또한 9.8%에서 8.4%로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원인 파악이 점차 명확해지는 셈이다.
그런데 완성차 업계에선 향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전기차 화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래된 내연기관차의 화재가 통계적으로 많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내연기관은 폐차돼 등록이 줄고 전기차는 증가해 화재 비중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그러자 지난해 2월 소방청도 전기차 화재 진압 가이드를 만들어 일선 현장에 이미 배포했다. 가이드에는 전기차 사고 대응 시 고전압 배터리로 인한 감전 위험성과 배터리의 폭발 및 내부 전해액 누출로 인한 2차 피해 가능성 및 전기차별 전원 차단 방법 등이 포함됐다. 더불어 사고를 인지한 시점부터 제품 식별, 자동차고정, 배터리 차단, 인명 구조 등의 대응 방법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자동차화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해마다 불명예 순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걱정은 늘 잔존한다. 그나마 연소 없는 배터리 전기차 전환이 화재 건수도 낮춰주기를 바랄 뿐이다. 화재 가능성 측면에서 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보다 아직은 화재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덕분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