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하이브리드차, 친환경인가 아닌가

입력 2022년01월24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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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EV 보조금 배제한 것은 정책 실패

 지난해 국내에서 만든 자동차는 모두 346만대다. 이 가운데 142만9,000만대가 국내에서 판매됐고 205만대는 해외로 내보냈다. 2020년의 351만대와 비교하면 소폭 감소지만 반도체 부족을 고려하면 그나마 선방이다. 실제 지난 2019년 7위로 밀렸던 한국의 완성차 생산은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5위에 올라섰고 지난해도 자리를 유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친환경차 판매다. 연료별 내수 판매에서 친환경차 비중이 무려 2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수입차 29만7,000대를 포함한 전체 내수판매 172만5,783대 가운데 20.1%는 무려 36만2,400대에 해당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친환경차 가운데 절대적 비중은 전체의 12.9%, 대수로는 22만2,869대를 차지한 HEV다. 보조금을 받는 BEV는 9만6,666대에 머물러 5.6%를 차지했고 PHEV는 1만9,701대로 1.1%가 고작이다. 수소전기차는 8,502대로 0.5%다. 이외 나머지 137만8,045대는 디젤, 휘발유, LPG, CNG 등의 100% 화석연료 내연기관 차종이다. 그나마 친환경차 비중이 2020년의 11.9%에서 크게 늘어 고무적이지만 무언가 정책의 허점도 있어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여기서 정책의 빈틈이란 환경부의 저공해차와 산업부의 친환경차에 대한 입장 차이다. 환경부 소관의 대기환경보전법 2조에 규정된 "저공해자동차"란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 없는 자동차" 또는 "배출허용기준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 그리고 이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정하는 저공해자동차 1종은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차, 수소전기차를 나타내며 2종은 화석연료와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자동차(HEV 및 PHEV), 3종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되 배출 물질이 적은 차를 말한다. 

 이 가운데 환경부는 2023년부터 HEV를 저공해차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EV 시스템 상 구동에 필요한 전기를 얻으려면 화석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을 작동해야 하는 탓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회사의 평균 배출가스 총량은 맞추기 어려워진다. 대기환경보전법 50조에 따르면 자동차회사는 판매하는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차종별로 구분해 환경부가 정하는 평균 기준에 적합토록 제작해야 한다. 동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판매하는 자동차의 탄화수소 및 질소산화물 평균 배출 기준은 현재 ㎞당 0.044g에서 2023년부터는 0.039g, 2024년은 0.036g. 2025년부터는 0.031g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서 평균 배출량 산출에 포함되는 차종은 휘발유 및 LPG를 사용하는 소형, 중형의 모든 승용 및 화물과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그리고 "소형, 중형"은 자동차관리법이 아닌 대기환경보전법 자동차 분류를 따르는데 소형은 1,000㏄ 이상에 3.5톤 미만, 그리고 8명 이하의 자동차를 말한다. 소형 조건에 9명 이상이면 중형이어서 국내에 판매되는 대부분 자동차의 평균 배출값을 산출해야 한다. 따라서 자동차회사 시각에선 친환경차 가운데 비중이 절대적인 HEV가 평균 배출량을 낮추는데 큰 기여를 하는 셈이다.

 물론 전기차의 역할은 더욱 크다. 전기차는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 배출을 "0"으로 잡는 만큼 평균값을 HEV 대비 2~3배 가량 끌어내린다. 하지만 보조금이 지급되는 판매 대수가 매년 정해져 있어 제조사 의지대로 늘리고 줄이는 게 쉽지 않다. 환경부 및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조금이 지급된 전기차는 BEV 9만6,666대와 FCV 8,502대 등 모두 10만5,168대다. 올해는 승용 16만4,500대와 화물 4만1,000대 등 20만7,500대의 BEV에 보조금이 주어진다. 물량은 늘렸지만 올해 평균 배출 기준도 강화돼 개별 완성차기업의 전기차 판매도 늘려야 하는 셈이다. 결국 BEV 판매는 보조금에 따라 물량이 결정되고 평균 배출기준은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자동차회사의 선택은 어쩔 수 없이 HEV로 집중됐고 그 결과 값이 HEV의 판매 및 비중으로 나타날 뿐이다. 

 그런데 같은 하이브리드라도 HEV보다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는 PHEV의 배출가스가 훨씬 적다. 따라서 유럽은 일찌감치 HEV보다 PHEV 보급에 집중하며 충전 경험도 늘려갔다. 그래서 한국도 친환경차 전환 과정을 "HEV-PHEV-BEV 및 FCV"의 순서로 가야 한다는 조언이 빗발쳤고 초반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은 비슷한 로드맵이 마련됐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의 칼자루를 가진 환경부가 BEV 시대를 앞당긴다며 HEV와 PHEV의 보조금을 원천 배제하면서 적지 않은 갈등이 벌어지는 중이다. 특히 HEV는 그렇다 해도 제조사가 평균 배출량을 HEV보다 많이 내릴 수 있는 PHEV의 보조금을 없앤 것은 친환경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연기관을 완전 배제하겠다는 "환경적" 시각이 팽배하면서 산업계의 반발도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2023년 환경부가 HEV를 저공해차에서 배제해도 산업부는 "친환경차"에 여전히 HEV를 넣어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환경이든 산업이든 친환경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입장은 같다. 하지만 속도 면에선 환경과 산업의 계산법이 다르다. 그리고 이럴 때는 중간의 합의점이 필요한데 환경 쪽에서 중간 역할인 PHEV의 보조금을 아예 없애는 바람에 이른바 내연기관과 BEV의 연결 고리가 사라져버렸다. 다리 없이 넓은 강을 기업 스스로 헤엄쳐 가라는 것인데 기업은 당장 스스로 건널 힘이 없다. 결국 한국도 유럽처럼 HEV가 아니라 "내연기관-PHEV-BEV"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뜻이다. 정책적으로 PHEV의 지원을 되살릴 필요가 점차 높아지는 셈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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