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뉴스 및 월드리포트의 자동차 순위는 크게 신차, 중고차, 가격 대비 가치, 가족을 위한 차, 그리고 최고의 브랜드 부문을 각각 선정해 발표한다. 비교적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론의 평가는 물론 판매대수, 중고차 가치, 보험료, 공인된 효율 등을 모두 망라한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여러 항목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차종은 혼다 시빅이다. 신차 부문에선 소형, 해치백, 컴팩트 영역에서 1위에 올랐고 가격 대비 가치가 좋은 차종에도 올랐다. 덕분에 혼다는 최고 브랜드의 기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외 토요타는 아발론이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대형 세단과 하이브리드, 가격 대비 가치 차종에도 어김없이 차명이 기재돼 있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 일본 브랜드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브랜드가 상위권을 모두 휩쓴 부문이 있다. 바로 "가격 대비 가치(Best Cars for the money)" 영역이다. 현대차 싼타페, 기아 텔루라이드, 현대 코나, 현대 투싼 및 하이브리드, 현대 엘란트라 하이브리드 등 무려 6종의 제품이 가격 대비 가치가 매우 높은 차종에 선정됐다. 하지만 같은 상위권에 혼다 오딧세이, 닛산 베르사, 혼다 어코드, 토요타 아발론, 혼다 시빅 등도 포진해 있다. 이 말은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가격 대비 가치’ 부문에서 한국과 일본 간의 자동차 경쟁은 그냥 전쟁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치열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둘의 경쟁에서 올해 한국 브랜드가 대거 선전했다는 뜻과 같다.
그도 그럴 것이 2021년 "가격 대비 가치" 부문의 상위권은 혼다 패스포트, 혼다 CR-V,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혼다 오딧세이 등의 일본 브랜드에 기아 쏘렌토와 쏘울이 SUV 부문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고, 세단 영역은 토요타 코롤라 하이브리드, 토요타 아발론, 토요타 캠리의 선전 속에 기아 포르테와 현대 엑센트만 선정됐다. 앞선 2019년에는 거의 대부분 일본 브랜드가 상위권을 독식하는 상황에서 기아의 쏘렌토, 쏘울, 스팅어가 한국 브랜드의 체면을 지켜냈을 뿐이다. 따라서 올해 ‘가격 대비 가치’ 부문을 한국 브랜드가 대부분 휩쓸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에서 한국차의 브랜드 파워가 상당히 올랐음을 나타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한국 브랜드의 성공이 중요한 배경은 한국이 가장 많이 자동차를 수출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제품은 모두 36만6,000대이고, 이는 유럽 전체 물량의 20만4,000대와 기타 지역의 24만9,000대와 비교해도 많은 물량이다. 물론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차의 생산지는 미국, 멕시코, 한국 등으로 분산되지만 그래도 한국 생산 물량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 내 판매 증가는 한국 공장의 일자리 유지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US 뉴스 및 월드리포트의 자동차 순위 평가에 냉소적인 비난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컨슈머리포트 등의 순위 평가에서도 한국차는 일본차와 거의 대등한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흔히 "먹고 사는 문제"를 얘기할 때 많이 언급되는 것이 "일자리"다. 그런데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수출이 내수보다 많은 구조여서 해외 판매가 줄어들면 그만큼 국내 일자리부터 사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과 가치가 발생해야 "먹고 사는" 걱정을 줄이게 된다. 그래서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시장이 창출한다는 얘기가 정설이다. 미국 내 한국차의 가치가 올랐다는 소식이 반갑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