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WRC 개막전의 불운

입력 2022년01월26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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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리드 시스템 문제로 6위에 머물러  

 WRC 챔피언십 개막전에서 현대 모터스포츠팀이 6위에 머무르며 불운의 스타트를 했다. 반면 경쟁자인 포드와 토요타는 상위권을 휩쓸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지난 20일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개막전은 2개의 야간 코스를 주행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첫 출발은 지난해 챔피언에 오른 토요타 가주 레이싱팀의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야리스 경주용차로 시작했다. 불빛 하나 없는 겨울 야간주행으로 악명 높은 알프스 산악은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코스로 유명하다. 첫날 토요타 가주 레이싱팀 세바스티앙 오지에(프랑스)는 순조롭게 선두를 유지했으며 같은 팀 동료인 엘핀 에반스(웨일즈) 역시 3위를 차지했다.

 ▲대회 1일차
 WRC 개막전 첫날 경주 구간은 2곳으로 거리는 38.45㎞에 달했다. 2곳의 경주 구간을 포함해 모두 109㎞를 이동하는 코스다. 첫날 2위는 포드 M스포츠 팀으로 부분 참가한 세바스티앙 로브(프랑스)였다. 1위보다 6.7초 늦었지만 건재함을 과시했다. 같은 팀의 안드레아 포머(프랑스)는 4위, 거스 그린 스미스(영국)는 5위를 차지했으며 크레이그 브링(아일랜드)은 7위로 마무리 지었다. 반면 현대 쉘 모비스 월드 랠리팀의 티에리 뉴빌(벨기에)과 오트타낙(에스토니아)은 경주용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며 5위권 밖으로 밀려 고전했다. 결국 다음날을 기약하며 티에리 뉴빌이 6위, 오트타낙이 8위로 첫날 경주를 끝냈다.

 둘째날은 6개의 구간이 준비됐고 맑은 날씨에 대부분의 참가팀이 순조로운 출발을 이어갔다. 전날 1위로 마감한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같은 팀 엘핀 에반스는 소프트 타이어로 무장하고 고속 구간을 거침없이 질주했다. 빠른 속도로 펜스와 부딪치며 뒷범퍼에 경미한 손상을 입었지만 질주의 방해 요소는 되지 못했다. 오지에는 2위로 한단계 내려 앉았고 에반스 역시 3위로 이날 경기를 마감했다. 그러나 선두와는 불과 22.2초 차이여서 언제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었다.

 ▲대회 2일차
 2일차는 6곳의 경주 구간 97.86㎞를 포함해 모두 374.83㎞ 구간을 달리는 경기다. 불운은 먼저 포드 엠 스포츠 팀에게 찾아왔다. 드라이버 안드레아 포머가 4번 스테이지 연속 코너를 과속으로 진입하다 오른쪽 절벽에 충돌, 70미터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전복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 모두 큰 부상이 없었음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같은 팀의 또 다른 드라이버 세바스티앙 로브는 5번 스테이지에서 선두였던 토요타의 오지에와 에반스를 10초 차이로 압도하며 1위를 탈환했다. 7번째 스테이지에선 거스 그린 스미스가 WRC 데뷔 3년 만에 첫 톱 타임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 쉘 모비스 월드랠리팀 티에리 뉴빌은 둘째날 8번째 스테이지까지 4위로 경기를 마감하며 3위권 진입에 희망을 놓지 않았다. 오트타낙 역시 5위로 한 단계 상승하며 마찬가지로 3위 경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대회 3일차
 3일차 경주는 모두 5곳, 92.46㎞에서 이뤄지며 모두 500.39㎞를 주행한다. 앞선 이틀이 몸풀기였다면 3일차 9번째 구간부터는 그야말로 순위 전쟁이다. 북쪽 고지대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코스가 반복되며 중간에 서비스 파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생존 게임 방식으로 치러졌다. 여기서 현대 랠리팀은 최악의 하루를 보냈야 했다. 첫날부터 문제를 보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동력 조절에 또 다시 문제가 생기며 i20N의 출력이 저하된 것. 선두와 시간 차가 40초 이상 벌어지자 팀은 새로운 전략을 세웠지만 오트타낙이 몰던 경주용차도 타이어 펑크로 선두와 시간을 줄이지 못했다. 기대를 걸었던 티에리 뉴빌 역시 지속적인 코너 공략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서스펜션의 비정상적인 충격으로 댐퍼에 손상을 입어 랠리카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말았다. 경기 후 티에리 뉴빌은 "오늘 게임은 끝"이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마저 거부했다.

 그러자 티에리 팬들이 제조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 SNS에는 티에리 뉴빌이 현대를 떠나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올라오는가 하면 경기 내용과 결과가 좋지 못한 것은 드라이버가 아니라 경주용차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포드 M스포츠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으로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의 면모를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주력 드라이버인 크레이그 브링은 시트로엥 시절과 다른 기복 없는 페이스로 11번째 스테이지부터 3위를 유지하며 팀 동료인 안드레아 포머 및 거스그린 스미스와 다른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편, 현대 랠리팀의 패인은 스페셜 구간의 타이어 선택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날 승부의 분기점이 된 11번째 스페셜 스테이지(SS)는 노면 상태가 다양한 북쪽 고지대로 20.79㎞의 짧은 거리지만 드라이버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영상의 기온임에도 얼어 붙은 노면이 많아 타이어 선택에 적지 않은 고민을 일으켰던 것. 경기 당일 현대 랠리팀을 제외한 경쟁차가 비대칭 스터드 소프트 타이어를 채택한 반면 현대는 소프트와 슈퍼 소프트 타이어를 적용했다. 노면이 비교적 괜찮다는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속도로 승부를 낼 심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순위에서 멀어졌다.

 ▲대회 4일차
 4일차 경기는 지난 23일 4곳의 경주 구간 67.26㎞를 포함해 총 231.158㎞에서 열렸다. 3위 밖의 팀들과 드라이버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승부수를 던졌다. 디펜딩 챔피언을 노리는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21초 차이로 2위를 차지한 노장 세바스티앙 로브는 세계 탑 드라이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리고 역전은 16번째 스테이지에서 일어났다. 누가 봐도 오지에의 우승이 예상됐지만 토요타 야리스GR 랠리카 운전석 타이어가 펑크나며 1위 자리를 세바스티앙 로브에게 내준 것. 오지에는 마지막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개막전 우승은 로브에게 양보해야 했다. 포드 M스포츠는 3년 만에 첫 우승을 거머쥐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우용(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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