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아니지만 진출 가능성 점점 높아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전기모터를 공급하고,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와 램프를 만들어 주기로 한다. 이외에 자동차에 필요한 것은 차체와 내외장이다. 그런데 내장재는 LG화학이 잘하는 분야다. 여기까지 보면 LG전자의 행보는 마치 전기 완성차 시장 진출을 보란 듯이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남은 것은 차대와 차체 뿐이다. 하지만 해당 분야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단,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다는 전제가 뒤따른다.
투자를 결심하고 전기차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누군가 사야 한다. 그리고 이때는 기존 자동차회사와 직접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국내로 좁히면 현대기아차와 맞서야 한다. 당장 LG가 그럴 용기가 있을까? 아니 설령 있다 해도 섣불리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동차는 로봇청소기와 달리 사람이 들고 서비스센터에 갈 수도 없고 차대와 차체 생산 또한 막대한 고정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탓이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진출해 시장에 내놨지만 정작 팔리지 않는다면? 게다가 경쟁자가 됐다는 괘씸(?) 죄로 현대기아차가 LG 계열사의 모든 공급망을 줄이게 된다면? 이런 위험에도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반면 소니는 했다. 물론 소니와 LG전자의 사업 영역은 조금 다르다. 소니는 엔터테인먼트에 특화된 제품에 주력해 왔던 반면 LG는 생활 가전에 매진해 왔다. 그래서 소니의 전기차 사업은 엔터테인먼트의 연장선이지만 LG는 가전과 자동차의 융합이다. 공식 발표는 CES 2022에서 했지만 이미 소니 컨셉트가 공개된 시점이 2020년이었던 만큼 꾸준한 준비를 해왔고 4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LG와 소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완성차회사의 공급 여부다. LG는 계열사 가운데 꽤 많은 곳이 완성차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한다. 반면 소니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소니는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지만 LG는 완성차 부품 공급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자동차회사가 경쟁사로 성장할 협력사가 돈을 벌도록 놔두지 않는 탓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자 현대기아차가 하만과의 관계를 조금씩 멀리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전자기업들이 속속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애플, 샤오미 등 앞으로 시장에 뛰어들 도전자는 계속 등장하는데 홀로 독야청청하는 것도 불안하다. 이런 이유로 전자 기업들의 리서치도 꾸준히 이루어지는 중이다. 만약 전기차를 만든다면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전자 제품의 연장선과 이동 수단의 본질 가운데 소비자는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앞서 테슬라는 전기로 이동하는 탈 것에 스마트폰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입혀 주목받았다. 하지만 테슬라도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03년 사업 시작 이후 최근 2년이 전부다. 소비자 선호도가 물론 높았지만 기존 거대 자동차회사가 반도체 부족으로 전기차 공급이 부족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만들어 이익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최근 흐름은 전자기업의 진출 여부를 떠나 점차 진출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능의 고도화와 함께 전동화 전환이 빠른 속도로 전개돼 미래 예측 변수가 점점 많아지는 탓이다.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지만 자꾸 진출 여부를 저울질하게 만든다.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예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