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구매층의 전환 성공했나
-성능보다 효율 우선한 상품성
기아가 "니로(NIRO)" 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시장 반응을 살핀 때는 2013년이다. 그해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등장한 KED-10 컨셉트는 상당한 주목을 받으며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컨셉트와 양산형은 모양이 다르기 마련이어서 실망도 있을텐데 2016년 2월 처음 양산형이 공개됐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소형 SUV로서 디자인 호평이 이어지며 한국부터 판매에 들어갔고 그해 내수에서 1만8,710대를 기록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그런데 기아에게 니로는 철저하게 계산된 친환경차다. 애초 설계 때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HEV로 등장시켰다. 이듬해는 PHEV가 추가됐으며 2018년에는 BEV 버전이 더해졌다. 기아는 서서히 커져가는 친환경 시장의 주력 역할을 "니로"에게 맡긴 셈이다. 그래서 니로를 수식하는 문구도 "친환경 소형 SUV"였다. 이후 2019년 한 번의 부분적인 변화를 거쳤고 이번에 2세대가 정식 등장했다. 동력은 여전히 HEV와 PHEV로 구성했는데 PHEV는 국내 보조금이 없다는 점에서 전량 수출하고 국내는 1.6ℓ HEV만 내놨다. 물론 이후 BEV는 추가된다.
여기서 생각할 부분은 기아의 소형 SUV 제품 전략이다. 소형 라인업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니로보다 작은 스토닉, 그리고 조금 큰 셀토스도 있다. 이들 세 차종이 소형 SUV 라인업을 그물망처럼 구성하며 소비자를 유인한다. 게다가 판매도 크기에 따라 셀토스, 니로, 스토닉 순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셀토스는 국내에서 4만대 넘게 판매됐고 니로는 1만8,504대가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스토닉은 345대에 머물렀다. 제 아무리 소형 SUV 시장이라도 역시 크기가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그 중에서도 니로는 하이브리드가 강점이다.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은 60.9%인 1만1,284대에 달한다. 무엇보다 효율을 우선하는 소비층이 꽤 탄탄한 셈이다. 특히 영업용 전기차 "니로 BEV"의 인기도 높아 친환경 SUV 역할은 제대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2세대 니로가 등장했다. 그리고 출시 후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사전 계약 첫날 1만6,300대가 계약됐고 의외로 4050 세대의 구매 비중이 41.6%에 달해 시선을 끌었다. 크기를 생각하면 주력 구매층은 2030이 맞지만 하이브리드의 효율이 주목받으며 4050의 손길을 이끌었다. 경제적인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실리를 추구하는 소비자 선택을 적지 않게 받은 셈이다. 소형 SUV라는 점에서 2,660만원에서 최고 3,306만원에 달하는 가격은 부담이지만 20.8㎞/ℓ에 이르는 HEV 고효율이 연료비 지출을 억제한다는 점이 인정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비슷한 연령대가 많이 샀다는 점에서 직접 체험도 해봤다. 그 가운데 몇 가지는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우선 하이그로시 블랙으로 마감 처리된 실내의 양면성(?)이 그렇다. 일반적으로 하이그로시 블랙은 호불호가 정확히 엇갈리는 표면 처리이고 비교적 젊은 층의 선호도가 중년보다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중년층의 반감이 별로 없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와 현재의 중년 개념이 달라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기아 관계자는 "10년 전 40대와 현재의 40대는 나이만 같을 뿐 생각은 전혀 다른 소비층"이라며 "니로는 주력 소비층을 정할 때 청년 개념을 도입했고 해당 연령대를 3040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한다.
이외 성능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36마력의 전기모터와 최대 105마력의 1.6ℓ GDi 엔진은 1.4t의 무게를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형 SUV라는 점에서 즉각적인 민첩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HEV는 시내 주행이 많을 때 연료 소모량을 더욱 줄일 수 있고 시내 제한 속도가 시속 50㎞로 낮아졌음을 감안할 때 급격하게 토크를 높이는 것은 니로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동력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답력에 비해 제동거리가 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사람마다 느낌은 천차만별이어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앞차와 안전거리를 두었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간혹 짧은 거리에서 제동 페달을 밟아야 할 때도 있는 만큼 완벽성을 위해서라도 다소 보강은 필요해 보인다.
기아에서 니로가 차지하는 상징성은 은근이 크다. 친환경 시장의 브릿지 역할을 해내야 하는 탓이다. BEV로 가면 EV6가 있고 내연기관에선 셀토스가 주목받는다. 쉽게 보면 셀토스와 EV6 사이의 중간이 바로 니로 HEV인 셈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친환경차 판매는 여전히 HEV가 대세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친환경차 36만2,400대 가운데 HEV는 22만2,869대로 61.5%의 비중이다. 이런 점에서 니로 HEV는 기아의 친환경 전환 과정의 핵심 제품이자 주력이다. 그리고 니로를 찾는 사람들의 절반 가량이 40대 이상이라고 하니 자동차도 이제는 성능보다 효율이 우선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권용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