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동차 FTA 협정 산물로 등장
지난 2007년 한국과 미국이 FTA 협정을 체결키로 합의했다. 그리고 2011년 11월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양국의 관세 장벽이 무너졌다. 이때 여러 내용이 합의됐지만 자동차 부문은 미국 요구에 따라 국내 세제 개편이 불가피했다. 어떻게든 배기량이 큰 대형차에 유리하도록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부문 세제 개편을 요구했고, 한국은 완성차 수출을 크게 늘리는 기회가 만들어진 만큼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자동차 세제를 변경하니 대형차 세금은 내려가고 경차 유지비 부담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대배기량의 대형차 세금이 내려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배기량 크기를 5단계로 나눠 ㏄당 부과했던 자동차세금이 3단계로 축소됐다. 이전까지 국내 자동차세는 800㏄ 이하(㏄당 80원), 801~1,000㏄(㏄당 100원), 1,001~1,600㏄(㏄당 140원), 1,601~2,000㏄(㏄당 200원), 2,000㏄ 초과(㏄당 220원)로 구분해 부과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자동차세가 현재와 같은 1,000㏄ 이하(㏄당 80원), 1,001~1,600㏄(㏄당 140원), 1,601㏄ 이상(㏄당 200원)으로 정리됐다. 당연히 배기량이 클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고 대배기량 차종이 많은 미국차에 조금이라도 유리했다. 물론 유럽산 고급차들이 어부지리 효과를 얻어지만 미국은 한 대라도 한국에 더 많이 팔 수 있다면 개의치 않았다. 반면 한국도 미국에 수출 대수를 가파르게 늘려갔다.
또 하나는 배기량에 따른 개별소비세의 인하다. 그때까지 개별소비세는 800㏄ 이하 면제, 801~2,000㏄는 공장도가격의 5%, 2,000㏄ 초과는 10%가 부과됐다. 역시 배기량이 클수록 세금이 많아 대형차가 많은 미국에 불리(?)했다. 그러자 미국은 1,000㏄ 이하 면제, 1,001㏄부터는 일괄적으로 5%를 제안했고 한국은 수용했다. 당연히 대형차의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그런데 자동차세 부과 배기량 구간이 3단계로 축소되며 대형차의 세금이 줄어들자 자치단체가 반발했다. 자동차세는 지방정부의 주요 수입원인 탓에 줄어 들면 그만큼 살림살이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기름에 포함된 여러 세금 항목 가운데 자치단체가 가져가는 주행세율을 높이기로 했다. 자동차세 부족분을 기름에서 메워 보전해 셈이다.
여기서 경차의 차별이 지적됐다. 대형차 세금 부족분을 기름에서 충당하니 경소형차 보유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형차 보유자는 주행세가 올라도 자동차세가 낮아져 유지비 변동이 없는 반면 경소형차 보유자는 대형차 세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주행세를 추가 부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제도가 바로 경차의 유류세 환급이다.
하지만 정부도 당장 모든 경차에 유류세 10만원을 환급해 주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가구당 자동차가 한 대이고, 그것이 경차일 때만 연간 1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키로 결정했다. 경차를 세컨드카로 보유한 사람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구매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 가구에 자동차가 두 대 있을 때 한 대가 경차라면 다른 한 대는 큰 차라는 가정 하에 자동차세 인하 혜택을 받았다는 전제가 포함돼 1가구 1경차에만 혜택을 부여했다.
그런데 혜택을 마련했지만 의외로 환급금을 찾아가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2008년 처음 도입해 2009년까지 2년 정도 환급 기간에 91만대가 10만원씩 돌려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첫 해 12만대만 신청했다. 몰라서 못받은 것도 있지만 연간 10만원 한도여서 경차 보유자들이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자 혜택 기간을 2012년 말까지 연장했음에도 큰 호응이 없자 기간 추가 연장과 함께 2017년 환급금을 20만원으로 높였다. 그 사이 경차 유류세 환급의 배경은 사라진 채 환급 액수가 너무 작다는 불만이 제기됐고 올해 다시 30만원까지 되돌려주기로 했다. 시간을 되돌려 보면 FTA에 따라 공정성 차원에서 도입된 경차 유류세 환급이 이제는 정부가 경차만을 위해 별도 지원하는 것처럼 생색내기 정책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