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충전, 접근과 속도 중 우선은?

입력 2022년02월13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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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V 기능 따라 두 가지 방식 공존

 중국이 전기차의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하는 방식을 적극 확대하는 이유는 오래 걸리는 배터리 충전 시간 탓이다. 미리 배터리에 전기를 넣어 두고 자동차가 들어올 때마다 배터리만 빠르게 교체하는데 평균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주요 거점에 배터리 교환소를 만들어 100대 이상의 배터리를 충전해두면 언제든 즉각적인 충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물론 전기차가 늘어나면 보관 배터리 숫자도 확대하면 된다. 이 경우 플러그를 연결하고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BEV 충전의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다. 결국 배터리 교환의 최대 장점은 충전 시간의 단축인 셈이다. 

 그런데 배터리를 교환하지 않더라도 충전 시간은 전기차 등장 이후 빠르게 짧아지는 중이다. 그 결과 최근에는 국내에도 800V 초급속 충전기가 속속 설치되면서 최소 80% 충전에 필요한 시간을 20분 이내로 앞당겼고 기술적으로는 5분 이내 충전도 완성한 상태다. 덕분에 충전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대형 상용의 배터리 전기차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담아낼 전력량이 많아도 배터리에 전기를 담는 시간이 빨라지면 그만큼 사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테슬라는 트랙터 성격의 메가트럭에 500㎾h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빠른 충전을 위해 1.5㎿h급 스테이션을 적극 실험하는 중이다. 이론적으로 50㎾급 충전기에 플러그를 꽂으면 10시간이 걸리지만 1.5㎿h급에 연결하면 20분이면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배터리 교환식은 거점이 다양하지 않은 게 걸림돌이다. 기본적으로 많은 배터리를 보관해야 하는 탓에 널찍한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반면 플러그 충전기는 전선만 연결된다면 어디든 설치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도로변, 주차장, 마트 등 주차공간이 있기만 하면 된다. 심지어 가정용 전기 콘센트 활용도 가능하다. 물론 플러그를 꽂으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고 앞서 누군가 먼저 사용하는 중이라면 기다림에 지칠 수도 있지만 접근성은 매우 뛰어난 셈이다. 

 따라서 BEV는 배터리 충전 및 교환할 곳이 많을수록, 그리고 충전 시간이 짧을수록 소비자 편의성이 증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배터리 교환은 충전 시간 측면에서 유리하되 다양한 장소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 플러그 충전의 경우 장소의 다양성은 교환식보다 유리하지만 충전 시간은 교환식보다 불리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자 최근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동 수단의 목적에 따라 교체와 플러그 방식을 나누려는 활동이다. 충전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자가용은 플러그 방식을 통해 배터리 또한 운전자 책임 하에 두려는 반면 시간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 운송 사업용은 교체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중국 또한 영업용 전기 택시에 교체식을 많이 채택하는 중이다. 게다가 영업용 전기 택시는 정해진 노선이 없이 지속적으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교체식 충전소가 지닌 장소 접근의 한계도 일부 배제할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도 최근 영업용 전기 택시에 배터리 교체식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국내 BEV 제조사가 아직 교체식을 내놓지 않자 중국에서 플랫폼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 생산, 공급하고 연관 기업이 배터리 교체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초기 물량이 3,000대 정도에 달한다고 하는데 서울 도심을 기준으로 4곳 정도에 교체식 설비를 갖추고 일정 수량의 배터리를 보관하면 어렵지 않게 영업용 전기 택시의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이다. 

 앞서 2006년 미국에서 배터리 교체식 사업을 제안하며 창업한 미국의 배터리 교체식 스타트업 배터플레이스는 2013년 사용자가 없어 파산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손잡고 인프라 확충에 나섰지만 전기차 보급이 목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문을 닫았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완전 다르다. BEV는 빠르게 보급되는 중이며 탄소 중립을 향해 운행거리도 증가하는 중이다. 따라서 BEV 충전도 이제는 경쟁이 아니라 기능에 따라 분화되는 중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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