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규정 이미 마련돼 있어
국내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의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는 전기차, 태양광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다. 그리고 법에서 말하는 전기차는 외부에서 충전받은 전기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차를 말하며,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사용해 만든 전기로 바퀴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하이브리드는 화석연료와 전기를 조합해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를 의미하는데 외부 전원 연결 없이 내연기관으로 전기를 만들면 하이브리드(HEV), 외부에 플러그를 꽂아 전기를 충전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분류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국회에 해당 법안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친환경차의 개념 규정을 바꾸자는 의도에서다. 발의된 법안 내용의 핵심은 내연기관을 친환경에서 아예 배제하되 하이브리드는 일정 배출 기준을 충족할 때만 인정하자는 내용이다. 그래서 친환경차를 전기차, 태양광차, 수소전기차로 한정하고 하이브리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기준에 부합될 때만 친환경차에 넣어 지원 여부를 결정하자는 얘기다.
그런데 친환경차에 포함되려면 이미 일정 기준의 효율을 충족토록 산업부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고시에는 기준 항목을 "효율"로 삼고 있는데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든 "고효율=배출저감"인 탓이다. 예를 들어 하이브리드는 경형, 소형, 중형, 대형으로 나누고 다시 연료별로 휘발유, 경유, LPG로 구분해 효율 기준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가장 많이 구매하는 중형 휘발유 하이브리드(HEV)는 ℓ당 14.3㎞를 넘어야 하고 대형은 13.8㎞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PHEV는 차종과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ℓ당 18㎞를 넘겨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 전기차(BEV)도 효율 기준은 있다. 초소형과 경소형은 ㎾h당 5.0㎞ 이상이어야 하며 중대형은 3.7㎞를 넘겨야 친환경에 포함된다. 수소전기차는 ㎏당 75㎞ 이상 주행이 가능해야 지원 대상이다. 따라서 동일한 BEV라도 트림에 따라 효율이 다른 경우 어떤 차는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고 어떤 차는 배제되는 현상이 나오기 마련이다. 쉽게 보면 국내 BEV 보조금 지급 기준은 환경부의 가격 기준과 산업부의 효율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이미 지원 기준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국회에 개정 법안이 발의된 배경은 HEV 또한 내연기관이 탑재된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 측면에서 환경친화적 자동차라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고효율인 PHEV만 친환경차로 인정하는 추세를 감안했다는 설명도 발의 배경이다.
하지만 탄소 중립 문제를 고려하면 이미 운용되는 효율 기준을 강화하는 게 훨씬 빠른 방법이다. 현재 친환경차 요건에 적용되는 효율 기준을 30%만 상향해도 중형 휘발유 하이브리드는 ℓ당 18㎞를 넘어야 한다. 50%를 강화하면 21㎞를 충족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HEV는 1~2개 차종을 제외하고 모두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PHEV도 50%를 강화하면 ℓ당 27㎞를 넘겨야 하며 전기차도 기술 촉진을 고려하면 ㎾h당 3.7㎞에서 30% 가량 높인 4.8㎞로 바꾸면 된다. 이 경우 가격이 아니라 효율 충족을 하지 못해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되는 차종이 쏟아질 수 있다. 일례를 제시한 것이지만 현행 규정으로도 얼마든지 탄소 감축을 시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탄소 중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법안도 좋지만 기존에 이미 준용 가능한 규정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립에 가려면 감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축은 뒤로한 채 곧바로 "중립"을 향한 정책이 쏟아지며 적지 않은 혼선도 오가는 중이다. 탄소 중립을 이루는 것은 제도의 형식이 아니라 실행 의지가 보다 중요한 사안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